2025년 12월 2일 화요일

설렘-Day11: 긴 하루-마이애미에서 올랜도까지

주말 아침, 마이애미 러닝크루는 언제나처럼 트로피칼 팍(Tropical Park)에 모여 운동으로 하루를 엽니다. 잘 정돈된 러닝 트랙과 산책로 덕분에 러너들에게는 익숙한 동네 운동장 같은 곳입니다. 오늘은 본격 여행을 떠나기 전, 팀원들을 잠깐이라도 보려고 들렀습니다. 한국에서 인기라는 트레이더 조 reusable 가방, 여기서도 한정판이라 구하기 쉽지 않은 제품을 김언니에게 특별히 부탁해 받아 챙기고, 러닝팀과는 얼굴만 잠깐 보고 아쉽게 인사하고 헤어졌습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친구들과의 올랜도 주말이 시작됩니다. 먼저 코스코에 들러 쇼핑을 하고, 빠질 수 없는 핫도그 먹방으로 에너지를 채웁니다. 장을 한가득 보고 차에 오르니 어느새 오후. 주말이라 그런지 올랜도로 올라가는 길은 차가 끝도 없이 막힙니다. 창밖 풍경을 보다가, 졸다가, 깨다가를 반복하다 보니 어느새 시계는 오후 6시를 넘어가고 있습니다. 긴 시간을 달려 드디어 올랜도에 도착했습니다. 첫 목적지는 올랜도 월마트디즈니. 나들이에 빠질 수 없는 미키 마우스 머리띠와 티셔츠를 하나씩 장만했습니다. 다 큰 어른들이지만, 이런 거 하나씩 맞춰 사서 나눠 끼고 입다 보면 여행 모드로 정식 전환되는 기분입니다. 이어서 아웃도어 성지, REI 매장으로 이동했습니다. 도로는 여전히 차로 가득해, 매장에 도착하기까지 시간이 꽤 걸렸습니다. 그래도 새로운 장비와 캠핑용 아이템들을 구경하다 보면 피곤함도 잠시 잊게 됩니다. 마지막으로 H마트에 들러 저녁을 해결하고, 내일을 위한 간단한 먹거리까지 챙긴 뒤, 오늘의 마지막 목적지인 숙소로 향했습니다. 오늘의 숙소는 올랜도 인터내셔널 드라이브 쪽에 있는 플로리데이즈 리조트(Floridays Resort Orlando). 넓은 스위트 타입 객실과 가족 여행에 잘 맞는 시설 덕분에 인기가 많은 리조트입니다. 하루 종일 운전하고, 먹고, 쇼핑하고, 막히는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낸 터라 이제는 그냥 씻고 눕기만 하면 되는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막상 리조트에 도착해 보니, 우리가 예약한 방이 준비가 안 되어 있다며 체크인이 안 된다는 청천벽력 같은 말이 돌아왔습니다. 이미 지칠 대로 지친 상태에서, 무거운 가방과 짐을 다시 끌고 로비에서 기다려야 했습니다. 황당함과 피곤함이 동시에 밀려오는 시간. 다행히 직원들이 다른 방을 비교적 빨리 배정해 주어 옮길 수 있었지만, 그 사이 3층까지 짐을 나르고, 다시 내려오고, 여러 번 오르내리며 진이 쏙 빠졌습니다. 결국 시계를 보니 자정을 훌쩍 넘긴 뒤에서야, 겨우 숙소 안으로 들어와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습니다. 침대에 몸을 눕히는 순간, 오늘 하루가 얼마나 길었는지 비로소 실감이 났습니다. 그래도 이렇게까지 해서 떠나온 여행이니, 내일부터는 부디 힘든 만큼 더 즐거운 일정이 펼쳐지기를 살짝 기대해 봅니다.

 

설렘-Day 10 : Keys 그리고 키웨스트

플로리다의 대표적인 휴양지 키웨스트는 아름다운 해안 도로와 낭만적인 분위기로 사랑받는 곳입니다. 마이애미에서 차로 약 4시간, 미국 본토 최남단이라는 상징성까지 더해져 늘 전 세계 관광객들로 북적입니다. US-1을 따라 42개의 다리가 이어지는 오버시즈 하이웨이(Overseas Highway)를 드라이브하다 보면, 바다 위를 달리는 기분이 어떤 건지 온몸으로 느끼게 됩니다. 이번 여행도 그렇게 시작했습니다. 아침 일찍 밥, 김치, 쌈장 등을 준비하고, 7시에 친구들과 함께 장을 본 뒤 키웨스트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첫 목적지는 홈스테드에 있는 크래커 배럴(Cracker Barrel). 오래된 미국 가정식이 느껴지는 든든한 아침을 먹고, 특히 소영이가 무척 좋아했던 바로 옆의 빈티지 스타일의 다양한 기념품, 의류, 가정용품 등을 판매하는 크래커 배럴 올드 컨트리 스토어도 구경했습니다


라고(키라고) 지나며 바다 풍경이 본격적으로 펼쳐지기 시작합니다. 오늘의 중간 기착지는보라색 이라는 뜻을 가진 이슬라모라다(Islamorada)-혹은 아일라모라다 라고도 발음합니다. 이름처럼 노을이 때면 섬이 보랏빛으로 물드는 풍경이 아름답기로 유명합니다. 스포츠 낚시, 다이빙, 스노클링 천국답게 씨어터 오브 , 안네 비치, 파운더스 파크, 윈들리 화석 암초 지질 주립공원 해양 액티비티 명소가 모여 있는 곳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Robbie’s of Islamorada 들렀습니다. 입장료와 먹이 값을 내고 타폰(Tarpon) 밥주기를 체험했습니다. 1–2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거대한 타폰들이 밖으로 고개를 내밀면, 다들 어린아이처럼 놀라고 깔깔거리며 소리 지르게 됩니다. 펠리컨에게는 주지 말라고 했건만, 조금씩 나눠주는 사람도 있습니다. 이런 사람, 어디에나 명씩 있죠 😉 60 코앞에 우리 모두, 타폰의 어마어마한 크기에 놀라며 한참을 웃고 떠들었습니다.

다음 목적지는 바이아 혼다 주립공원(Bahia Honda State Park). 플로리다 키스와 빅 파인 키(Big Pine Key) 인근에 있는 이곳은 맑고 투명한 바다와 아름다운 해변으로 유명합니다. 수영과 카약, 보트 투어, 낚시, 하이킹까지 한 번에 즐길 수 있는, 말 그대로 키스(keys) 여행의 교과서 같은 장소입니다. 오래된 다리 위에서 바라보는 일몰은 이곳을 대표하는 풍경 중 하나입니다. 우리는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준비해 온 고기를 꺼내 구워 먹었습니다. 바닷바람을 맞으며 먹는 스커트살과 목살은 어느 고급 레스토랑 부럽지 않았습니다. 배를 든든히 채운 뒤에는 7마일 브리지(Seven Mile Bridge) 인근의 트레일로 향했습니다. 지금은 끊겨 버린 오래된 다리를 따라 걷다 보면, 에메랄드빛 바다와 끝없이 이어지는 수평선이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바람 소리, 파도 소리, 친구들 웃음소리가 뒤섞여, 오늘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드디어 키웨스트에 도착해 가장 먼저 들른 곳은 스마더스 비치(Smather’s Beach)였습니다. 부드러운 모래사장과 잔잔한 바다, 야자수가 어우러진 키웨스트다운 해변 풍경을 잠깐이라도 느끼고 싶었습니다. 이어 미국 본토 최남단을 상징하는 ‘Southernmost Point Buoy’로 향했는데, 아쉽게도 우리가 도착한 날은 폐쇄되어 있었습니다. 쿠바까지 90마일 남았다는 문구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으려고 했지만, 다음을 기약해야 했습니다. 한국에서 여기로 날아오려면그래도 키웨스트의 상징을 그냥 지나칠 수는 없어서, US-1 국도의 남쪽 종착점인 ‘Mile 0’ 표지판으로 향했습니다. 화이트헤드 스트리트와 플레밍 스트리트 교차로에 있는 이 표지판은 동부 해안 2,300마일( 3,700km)을 잇는 긴 여정의 시작이자 끝을 상징하는 곳입니다. 자동차 여행자들이라면 꼭 사진 한 장 남기고 싶은 장소. 우리도 차례차례 표지판 앞에 서서 여행의 완성을 인증했습니다.


이제 오늘의 하이라이트, 맬로리 광장(Mallory Square)으로 이동했습니다. 이곳은 멕시코만 위로 떨어지는 석양을 보기 위해 세계에서 모여든 사람들로 매일 저녁 축제 분위기가 되는 곳입니다. 광장에는 거리 공연과 버스커들이 수시로 공연을 펼치고, 주변 듀발 스트리트(Duval Street)에는 식당과 기념품 가게들이 이어져 있어 잠깐 걷기만 해도 키웨스트 특유의 자유로운 공기가 느껴집니다. 우리는 콘치 프리터(Conch Fritter) 맛보며 해가 지기를 기다렸습니다. 하루 종일 흐렸던 날씨가 5시쯤 되어 갑자기 맑아지면서 기대감이 한껏 올라갔습니다. 그런데 5 20, 결정적인 순간에 구름이 해를 완전히 덮어 버립니다. 오늘 석양은. 아쉬움이 컸지만, 이조차도 나중에 두고두고 이야기하게 여행의 페이지가 것입니다.

해가 진 뒤에는 헤밍웨이의 (Ernest Hemingway Home and Museum) 앞으로 잠시 걸음을 옮겼습니다. 1930년대 그가 가족과 함께 살며 여러 작품을 집필했던 집으로, 지금은 박물관이자 국립 역사기념물로 운영되고 있습니다. 집 안에는 여섯 발가락 고양이스노우 화이트의 후손이라 알려진 고양이들이 자유롭게 돌아다닙니다. 이번에는 내부 관람 대신 집 앞에서 사진만 남기고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습니다. 밤이 깊어갈 무렵, 다시 마이애미를 향해 출발했습니다. 거의 자정이 다 되어 도착했는데, 이렇게 다니고도 아직도 웃고 떠드는 우리, 체력 정말 좋다는 말이 절로 나옵니다. 몸은 피곤했지만, 친구들과, 바다 색과 바람, 타폰의 점프와 구름에 가려진 석양까지, 오늘 하루의 장면들은 온전히 마음속에 저장되었습니다. 이렇게 또 하나의키웨스트 에피소드가 완성됐습니다



설렘 - Day9 : 플로리다 에버글레이즈

여유롭게 아침 6시에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더니 비어 있습니다. 정도 여행 계획을 세워 터라 일부러 장을 보지 않았던 탓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단무지와 냉동 재료들이 있어 대충 김밥을 들고, 친구들을 데리러 에어비앤비 숙소로 향했습니다. 며칠 이어진 여행이라 피곤할 법도 한데, 모두들 날아갈 얼굴이 환합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에버글레이즈, 에어보트 타는 날입니다. 평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도심을 빠져나올 때까지는 차가 조금 막혔습니다. 하지만 시내를 벗어나 타미아미(Tamiami) 도로로 올라서자 길이 훤히 뚫립니다. 에어보트 예약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평소에 우리가 애정하는 샤크 밸리(Shark Valley) 먼저 들르기로 했습니다. 샤크 밸리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한가운데에 자리한, 그대로 ‘에버글레이즈의 심장’ 같은 곳입니다. 악어와 각종 새들을 가까이에서 있어 마이애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인기 탐방 구역입니다. 우리 마이애미 러닝 크루는 이곳에서 마라톤 연습을 하기도 하고, 6~7시간에 걸쳐 15마일 코스를 걸으며 거대한 늪지의 자연을 온몸으로 즐기곤 합니다. 마이애미에서 서쪽으로 48km(30마일) 떨어져 있고, 탐험가 트레일로 불리는 Tamiami Trail (US Highway 41) 따라 달리면 도착할 있어 접근성도 좋습니다. 매일 오전 8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차량은 반드시 오후 6 전까지 공원을 빠져나와야 합니다. 입장 시에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입장료(차량 1 기준, 7일간 유효) 내야 합니다. 샤크 밸리의 핵심은 24km 길이의 순환 도로(Loop Road). 루프를 즐기는 방법은 가지. 가장 인기 있는 트램 투어(Tram Tour), 자전거 타기, 그리고 걷기입니다. 트램 투어는 2시간 동안 공원 가이드와 함께 이동하며, 지역 생태계와 야생동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습니다. 포장된 순환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면 원하는 곳마다 멈춰 야생동물을 관찰할 있는 자유로움이 있고, 순환 도로 일부와 밥캣 보드워크(Bobcat Boardwalk), 오터 케이브 해먹 트레일(Otter Cave Hammock Trail) 같은 짧은 산책로는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에 딱입니다. 루프 중간에는 20m 높이의 전망대(Observation Tower) 있습니다. 에버글레이즈 특유의 ‘풀의 (river of grass)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있는 곳으로, 사방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 초록과 습지가 주는 스케일감이 압도적입니다. 이곳은 악어(앨리게이터), 왜가리, 백로, 거북이 다양한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건기(12~4) 물웅덩이 주변으로 악어들이 몰려들어 관찰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우린 일정이 빠듯하므로 루프 전체를 도는 대신 가장 짧은 코스인 Bobcat Boardwalk 트레일만 가볍게 걷기로 했습니다. 익숙한 풍경 악어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들떠서 보드워크를 걸었는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악어가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손님맞이 예의가 없는 녀석들… 농담 섞인 푸념을 남기고, 결국 악어들이 득실거린다는 오아시스 비지터 센터(Oasis Visitor Center) 향해 차를 돌렸습니다.

악어들의 오아시스, 오아시스 비지터 센터는 사이프러스 국립 보호구역(Big Cypress National Preserve) 위치해 있으며,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습니다. 마이애미와 네이플스를 잇는 타미아미 트레일(US-41) 따라 이동하는 여행자들에게 휴게소 같은 존재입니다. 연중무휴(크리스마스 제외)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 30분까지 운영되며, 센터 운하를 따라 설치된 보드워크에서 야생 악어를 바로 코앞에서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악어뿐 아니라 각종 , 거북이, 물고기들도 함께 관찰할 있어 잠시 들르기만 해도 ‘에버글레이즈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납니다. 센터 내부에는 교육용 전시물과 오리엔테이션 영상이 마련되어 있어 사이프러스와 에버글레이즈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화장실, 기념품 가게, 무료 주차장 편의시설도 갖춰져 있어 잠시 머물다 가기에 좋습니다. 다만 오늘은 정부 셧다운으로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이름값은 했습니다. 다른 계절에 비해 악어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큼직한 녀석들이 햇볕을 받으며 체온을 조절하는 모습을 충분히 가까이에서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김에 남편의 최애 캠핑장, 모뉴먼트 레이크(Monument Lake) 캠핑장에도 들러 보기로 했습니다. 모뉴먼트 레이크 캠핑장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이 아니라 사이프러스 국립 보호구역 중심부에 위치한, 소박하고 조용한 캠핑장입니다. 번잡함보다는 고요한 , 주변 습지와 야생동물 풍경을 누리고 싶은 RV·텐트 캠핑족들에게 사랑받는 계절 캠핑장입니다. 플로리다 오초피(Ochopee), Tamiami Trail E 50215 자리하고 있어 에버글레이즈 시티와 샤크 밸리 주변 명소로 이동하기에도 좋습니다. 8 중순부터 4 중순까지 운영하며, 호수를 둘러싼 잔디밭에 RV 사이트 28개를 포함해 38 캠핑 사이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늘은 거의 없거나 아주 적은 편이라 시원한 나무 그늘을 기대하면 조금 아쉽지만, 대신 시야가 트여 있습니다. 캠핑장 호수에는 악어가 있기 때문에 수영은 금지입니다. 캠핑장 안팎에서 악어와 열대 조류, 기타 동물을 흔히 있고, 특히 모뉴먼트 레이크 주변에서는 악어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주변에는 루프 로드, 터너 리버 로드 같은 경치 좋은 드라이브 코스가 있어 자전거 라이딩으로도 즐길 있으며, 터너 리버와 하프웨이 크릭 카누 트레일에서는 카약·카누를 있습니다. 가까운 명소로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우체국이 있는 오초피, 클라이드 부처의 사이프러스 갤러리 등이 있습니다. 바쁜 우리는  캠핑장 루프를 차로 바퀴 둘러본 피크닉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마이애미에서는 손에 꼽을 만큼 귀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침에 김밥을 꺼내고, 버너로 커피를 끓였습니다. 캠핑 이야기를 나누고, 요즘 새로 장만한 장비를 자랑하고, 서로의 요즘 사는 이야기까지 풀어내다 보니 어느새 한가로운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습니다.


에버글레이즈 사파리 파크에서 에어보트를 타고, 악어 쇼를 보고, 주변 트레일까지 함께 걷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쨍하게 꽂히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광활한 늪을 가르며 달리는 에어보트 특유의 신남과,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뚫리는 해방감은 언제 타도 질리지 않습니다. 이건 언제나, 변함없는 나의 favorite-친구들도 좋아했기를

여기저기 이동하다 보니 어느덧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 무렵이 되었습니다. 서둘러 소그래스 밀스(Sawgrass Mills Outlet) 차를 돌립니다. 마이애미 근교의 대형 아울렛 쇼핑몰을 빼놓고 여행을 마무리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있어 쇼핑객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실제로 보면 너무 넓고 브랜드도 워낙 다양해서 모든 매장을 둘러보는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름 아는 위주로 군데만 골라서 돌아다니며 각자 취향대로 선물 가지를 챙겼습니다. 빼놓을 없는건 트레이더스 조에서 쇼핑하기-할로윈버전 미니 토트백, 과자, 핸드크림 등등을 많이 샀습니다. 

저녁은 멕시칸 음식점에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잭팟을 터뜨린 은경이네가 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저녁값이 많이 나왔다는 비밀. 쇼핑을 마무리하고 퍼블릭스(Publix) 들러 패트론(Patron) 병을 사서 숙소로 돌아와, 남미의 맛을 방울 더했습니다. 수다와 웃음, 피곤함과 술기운이 뒤섞이는 사이 어느새 시계는 11 반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웠지만 고된 하루.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며, 내일도 좋은 컨디션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날 있기를 바라 봅니다. 다들 쉬고, 오늘의 피로는 밤에 모두 내려놓기를



2025년 12월 1일 월요일

Lake Louisa State Park 캠핑, 가을을 만나러 간 주말

에너지 넘치는 마이애미 러닝크루 팀원들. 지난주에 함께 달리기를 마치고 점심을 먹는데, 날이 이렇게 좋은데 그냥 보낼 수 없다며 갑자기 캠핑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워낙 급하게 정한 일정이라 당연히 캠핑 사이트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각 집마다 가능한 자리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키 웨스트 가는 길에 있는 바이아 혼다 키, 올랜도와 마이애미 북쪽 여러 곳을 뒤져 봤지만 예약 가능한 자리는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캠핑에 진심인 남편이 사흘 동안 짬만 나면 웹사이트에 들어가 상황을 체크하더니, 마침내 레이크 루이자(Lake Louisa) 캠프 사이트를 잡아냈습니다.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약 30분 거리, 클러몬트(Clermont) 근처에 위치한 레이크 루이자 주립공원(Lake Louisa State Park) 안의 캠핑장입니다. 공원 안에는 여러 개의 호수가 있고, 일반 캠핑 사이트뿐 아니라 캐빈과 글램핑 텐트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이킹과 자전거 타기, 캠프파이어, 호수에서 즐기는 각종 액티비티까지, 주말에 자연 속에서 쉬고 놀기라는 목표에 딱 맞는 곳입니다.​

토요일 아침 7시에 마이애미를 출발해, 11시 반쯤 올랜도 H마트에서 다 같이 모였습니다. 일단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캠핑용 장보기를 시작합니다. 부위별 소고기, 대패 삼겹살, 목살, 쌈 채소, 밑반찬, 고구마, , 후식까지 빠짐없이 담다 보니 카트가 금세 꽉 찼습니다. 이렇게 든든하게 준비를 마치고 캠핑장으로 향했습니다. 캠핑 초보인 김언니네는 2인용 텐트를, 우리는 커다란 스크린 안에 야전침대를 설치하는 스타일로 세팅했습니다. 최근 최신형 테슬라를 장만한 현언니네는 꼭 시험해 보고 싶었던 ‘테슬라 캠핑 모드’를 활용한 차박에 도전했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캠핑 준비를 마치는 사이, 올랜도에 사는 동생J도 합류하며 저녁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해가 저물어 갈 즈음, 캠핑의 꽃인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타닥거리는 장작 소리를 배경 삼아 ‘불멍’을 하며 마시멜로, 고구마, 밤을 하나씩 올려 구워 먹었습니다. 특히 밤은 현 ㅈㅅㄴ이 오후 내내 정성스럽게 칼집을 내 놓은 작품이었는데, 이상하리만큼 잘 익질 않았습니다. 결국 끝까지 기다리다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가져와 살짝 삶아서 먹었다는 후일담. 밤이 되자 기온이 조금 내려가서 살짝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게 잘 잘수 있었고, 무엇보다 도시의 불빛이 없는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별을 보며 잠드는 경험이 너무 좋았습니다. 텐트와 차, 스크린 안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하늘을 올려다본 밤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호숫가로 걸어 나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잔잔한 물 위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과 서늘한 공기, 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까지 더해지니, 평소와 똑같이 타던 커피인데도 유난히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풍경을 커피안에 녹여내서인 듯 합니다. 커피 타임을 마치고, 무를 듬뿍 넣은 어묵국을 끓여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따끈한 국물이 속을 데워 주자, 전날 쌓인 피로와 밤공기의 남은 냉기까지 사르르 풀리는 느낌입니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짐을 정리하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H마트에 들러 Thanksgiving에 쓸 재료들을 챙겨 산더미 같은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레이크 루이자에서 마이애미까지는 약 4~5시간 거리. 차로는 조금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덜 아깝게 느껴집니다. 특히 이번 캠핑에서는 마이애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가을이 오고 있다는 느낌의 풍경을 충분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무 색이 살짝씩 달라지고, 공기에도 미묘하게 다른 계절의 냄새가 섞여 있었습니다. 



터키트롯-5K 그리고 특별한 가족 아트 워크까지! 미국추석, 땡스기빙에 보낸 유쾌한 일상

알람 소리에 눈을 간신히 뜨고 번호표를 옷에 달면서, ‘내가 왜 이걸 다시 하겠다고 한 거지?’ 하는 후회가 살짝 고개를 들었습니다. 하지만 10년 만의 5K 재도전, 이미 남편과 러닝크루에 떠벌린 이상 물러설 곳은 없었습니다. 게다가  5K완주시- 남편의 300불 상금도 걸려있는 참입니다. 5시 반에 트로피칼 팍에 도착하니 이미 많은 사람들로 주차장은 꽉 막혀 있었습니다. 마이애미 사람들, 파티 아니고는 새벽에 안 일어나는 줄 알았더니… 혼자 중얼거리며 차를 대고 화장실로 향했는데, 세상에 줄이 공연장 입장 대기줄처럼 길게 휘어져 있었습니다. 줄에서 한참을 서성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훌쩍, 거의 6시 반이 다 되어 있었습니다. 드디어 7, 출발 신호와 함께 어제 산 새 러닝화가 먼저 튀어나갑니다. 마치 광고 속 주인공처럼 가볍게 날아오르는 느낌으로 3분쯤은 진짜 나 오늘 기록 세우는 거 아냐하는 기분으로 신나게 달렸습니다만  문제는 내 다리가 그 신발의 열정을 전혀 따라가지 못했다는 것. 다리가 점점 무거워지더니 결국 허리 굽은 할머니들로 구성된 팀 쪽으로 스멀스멀 밀려났습니다. 그리고 충격적인 사실 하나, 이 할머니들조차 나보다 훨씬 더 잘 뛰고 있었다는 점. 이쯤 되니 노화가 아니라 그냥 실력 문제일지도 모른다는 진실과 마주하게 됩니다.1마일 표지판을 지나면서, 여기서부터는 빠른 걷기와 어설픈 뛰기의 콜라보로 가자고 스스로와 협상을 합니다. 조금 뛰다가,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면 바로 걷고, 다시 양심이 찔릴 때쯤 또 뛰고. 2마일 지점쯤,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열리는 산타 빌리지를 끼고 도는 코스가 나왔습니다. 눈도 안 오는 마이애미 한복판에 반짝이는 조명과 겨울 놀이공원이 펼쳐지니, 숨이 차서 힘든 와중에도 괜히 마음이 말랑말랑해집니다. 그래, 기록은 이미 글렀지만, 적어도 분위기라도 만끽하자라는 말도 안 되는 합리화를 하며 또 한 번 빠른걷기 모드로 진입했습니다.트랙을 한 바퀴 돌아 결승선이 보이기 시작했을 때,  5K-3마일, 50분 기록이 보입니다. 누가 들으면 산책한 줄 알 시간입니다. 남편의 10K 퓌니시 타임보다도 늦게 들어왔다는 사실은 굳이 얘기하지 않아도 모두 알고 있다는 듯이, 러닝크루 팀원들은 웃으며 격려해 주었습니다. 그 와중에 현 언니와 김 언니는 각자 나이 그룹에서  3등을 해 예쁜 메달을 하나씩 더 받았습니다. 멋진 언니들과  대단한 마이애미 러닝 크루 팀원들! 레이스를 마치고 나니 갑자기 배가 고파졌고, 기념 사진 몇 장 더 찍고, 수다를 한 바가지 떠들고 나서 땡스기빙데이에 문을 여는  맥도날드로 향했습니다. 집에 돌아와서는 푹 쉬다가 아들이 구워주는 스테이크를 먹고 아이들과 요즘 핫하다는 기묘한 이야기를 보며 소파에 늘어져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금요일에는 오랜만에 아이들과 큐반 베이커리에 가서 카페 콘 레체 한 잔과 큐반 샌드위치, 바삭한 구아바 페이스트리를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마이애미의 아침은 역시 큐반 빵과 진한 커피로 완성된다는 사실만큼은 부정할 수 없습니다.아침을 든든히 채운 뒤에는 데이드랜드 몰로 향해 블랙프라이데이 쇼핑에 도전합니다. 한때는 줄 서서 기다려야 할 만큼빅세일의 성지’였던 그곳이었지만, 이제는 예전만큼의 짜릿한 할인은 찾아보기 힘들었습니다. 눈에 띄는 것은 세일 표지판보다 인플레이션의 위엄이었고, 가격표를 볼 때마다 괜히 한숨이 새어 나옵니다. 실망스러운 쇼핑을 마치고 딸이 준비한  패밀리 아트 워크를 시작했습니다-오늘의 프로젝트는 컵에 그림 그리고 오븐에 굽기 입니다. 각자 흰 머그컵 하나씩을 앞에 두고, 펜과 물감을 들고 앉으니 갑자기 집이 작은 공방처럼 변합니다.멀리 떨어져 있는 동안 서로에게 일어났던 일들, 힘들었던 순간, 즐거웠던 시간들에 대한 얘기가 컵 위에 천천히 그려집니다. 누구는 선 하나 긋는 데도 5분을 고민하는 꼼꼼한 스타일이었고, 누구는 물감 튀기듯 휘리릭 그려 놓고 “이게 바로 감성이지!”를 외치는 덤벙 스타일입니다. 평소엔 잘 보이지 않던 각자의 성격이 컵 위에 고스란히 드러나는 순간이었습니다.오븐에 컵이 구워지는 동안, 부엌과 거실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며 수다와 웃음이 식탁 위를 가득 채웠습니다.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자연스럽게 줄어들었던 함께 보내는 시간이 뜨거운 머그컵과 함께 다시 우리 손에 돌아온 느낌이었습니다. 완성된 컵을 손에 쥐고 보니 비싼 명품 머그보다도 훨씬 마음에 들었습니다. 언젠가 이 컵에 커피를 따라 마시며, 그날 우리가 이런 얘기 했었지하고 되돌아 볼 날도 있겠지요.


33 Years Together, and a Son’s Gift of a 'Heartwarming Fullness

Our balcony is already at full capacity. This is all "thanks" to my husband, who insists on bringing home bouquets or small pot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