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넘치는 마이애미 러닝크루 팀원들. 지난주에 함께 달리기를 마치고 점심을 먹는데, 날이 이렇게 좋은데 그냥 보낼 수 없다며 갑자기 캠핑을 가자는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워낙 급하게 정한 일정이라 당연히 캠핑 사이트가 없을 거라 생각했지만, 각 집마다 가능한 자리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키 웨스트 가는 길에 있는 바이아 혼다 키, 올랜도와 마이애미 북쪽 여러 곳을 뒤져 봤지만 예약 가능한 자리는 쉽게 나오지 않았습니다. 캠핑에 진심인 남편이 사흘 동안 짬만 나면 웹사이트에 들어가 상황을 체크하더니, 마침내 레이크 루이자(Lake Louisa) 캠프 사이트를 잡아냈습니다. 플로리다 올랜도에서 약 30분 거리, 클러몬트(Clermont) 근처에 위치한 레이크 루이자 주립공원(Lake Louisa State Park) 안의 캠핑장입니다. 공원 안에는 여러 개의 호수가 있고, 일반 캠핑 사이트뿐 아니라 캐빈과 글램핑 텐트까지 다양한 숙박 시설을 갖추고 있습니다. 하이킹과 자전거 타기, 캠프파이어, 호수에서 즐기는 각종 액티비티까지, 주말에 자연 속에서 쉬고 놀기라는 목표에 딱 맞는 곳입니다.
토요일 아침 7시에 마이애미를 출발해, 11시 반쯤 올랜도 H마트에서 다 같이 모였습니다. 일단 점심을 먹고 본격적인 캠핑용 장보기를 시작합니다. 부위별 소고기, 대패 삼겹살, 목살, 쌈 채소, 밑반찬, 고구마, 밤, 후식까지 빠짐없이 담다 보니 카트가 금세 꽉 찼습니다. 이렇게 든든하게 준비를 마치고 캠핑장으로 향했습니다. 캠핑 초보인 김언니네는 2인용 텐트를, 우리는 커다란 스크린 안에 야전침대를 설치하는 스타일로 세팅했습니다. 최근 최신형 테슬라를 장만한 현언니네는 꼭 시험해 보고 싶었던 ‘테슬라 캠핑 모드’를 활용한 차박에 도전했습니다. 각자의 방식대로 캠핑 준비를 마치는 사이, 올랜도에 사는 동생J도 합류하며 저녁 준비가 한창이었습니다. 해가 저물어 갈 즈음, 캠핑의 꽃인 모닥불을 피웠습니다. 타닥거리는 장작 소리를 배경 삼아 ‘불멍’을 하며 마시멜로, 고구마, 밤을 하나씩 올려 구워 먹었습니다. 특히 밤은 현 ㅈㅅㄴ이 오후 내내 정성스럽게 칼집을 내 놓은 작품이었는데, 이상하리만큼 잘 익질 않았습니다. 결국 끝까지 기다리다 포기하고, 다시 집으로 가져와 살짝 삶아서 먹었다는 후일담. 밤이 되자 기온이 조금 내려가서 살짝 걱정했지만, 생각보다 춥지 않게 잘 잘수 있었고, 무엇보다 도시의 불빛이 없는 어두운 하늘 아래에서 별을 보며 잠드는 경험이 너무 좋았습니다. 텐트와 차, 스크린 안 각자의 자리에서, 서로 다른 방식으로 같은 하늘을 올려다본 밤이었습니다.
다음날 아침, 호숫가로 걸어 나가 떠오르는 해를 바라보며 커피를 마셨습니다. 잔잔한 물 위로 스며드는 아침 햇살과 서늘한 공기, 나무 사이로 비치는 빛까지 더해지니, 평소와 똑같이 타던 커피인데도 유난히 더 맛있게 느껴졌습니다. 아마 풍경을 커피안에 녹여내서인 듯 합니다. 커피 타임을 마치고, 무를 듬뿍 넣은 어묵국을 끓여 아침으로 먹었습니다. 따끈한 국물이 속을 데워 주자, 전날 쌓인 피로와 밤공기의 남은 냉기까지 사르르 풀리는 느낌입니다. 느긋하게 식사를 마친 뒤 다시 짐을 정리하고, 올 때와 마찬가지로 H마트에 들러 Thanksgiving에 쓸 재료들을 챙겨 산더미 같은 장바구니를 들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레이크 루이자에서 마이애미까지는 약 4~5시간 거리. 차로는 조금 멀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창밖 풍경을 보고 있으면 시간이 덜 아깝게 느껴집니다. 특히 이번 캠핑에서는 마이애미에서는 거의 볼 수 없는, 가을이 오고 있다는 느낌의 풍경을 충분히 만날 수 있었습니다. 나무 색이 살짝씩 달라지고, 공기에도 미묘하게 다른 계절의 냄새가 섞여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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