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롭게 아침
6시에 일어나 냉장고를 열었더니 텅 비어 있습니다.
두 주 정도 여행 계획을 세워 둔 터라 일부러 장을 보지 않았던 탓입니다.
그래도 다행히 단무지와 냉동 재료들이 있어 대충 김밥을 싸 들고,
친구들을 데리러 에어비앤비 숙소로 향했습니다.
몇 날 며칠 이어진 여행이라 피곤할 법도 한데,
모두들 날아갈 듯 얼굴이 환합니다.
오늘의 목적지는 에버글레이즈,
에어보트 타는 날입니다.
평일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도심을 빠져나올 때까지는 차가 조금 막혔습니다.
하지만 시내를 벗어나 타미아미(Tamiami)
도로로 올라서자 길이 훤히 뚫립니다.
에어보트 예약 시간까지는 여유가 있어,
평소에 우리가 애정하는 샤크 밸리(Shark
Valley)를 먼저 들르기로 했습니다.
샤크 밸리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한가운데에 자리한,
말 그대로 ‘에버글레이즈의 심장’ 같은 곳입니다.
악어와 각종 새들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어 마이애미에서 당일치기로 다녀오기 좋은 인기 탐방 구역입니다.
우리 마이애미 러닝 크루는 이곳에서 마라톤 연습을 하기도 하고,
6~7시간에 걸쳐
15마일 코스를 걸으며 거대한 늪지의 자연을 온몸으로 즐기곤 합니다.
마이애미에서 서쪽으로 약
48km(30마일) 떨어져 있고,
탐험가 트레일로 불리는
Tamiami Trail (US Highway 41)을 따라 쭉 달리면 도착할 수 있어 접근성도 좋습니다.
매일 오전
8시 30분부터 오후
6시까지 운영하며,
차량은 반드시 오후
6시 전까지 공원을 빠져나와야 합니다.
입장 시에는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 입장료(차량 1대 기준,
7일간 유효)를 내야 합니다.
샤크 밸리의 핵심은
24km 길이의 순환 도로(Loop
Road). 이 루프를 즐기는 방법은 세 가지.
가장 인기 있는 트램 투어(Tram
Tour), 자전거 타기,
그리고 걷기입니다.
트램 투어는 약
2시간 동안 공원 가이드와 함께 이동하며,
이 지역 생태계와 야생동물에 대한 설명을 들을 수 있어 처음 방문하는 사람들에게 특히 좋습니다.
포장된 순환 도로를 따라 자전거를 타면 원하는 곳마다 멈춰 야생동물을 관찰할 수 있는 자유로움이 있고,
순환 도로 일부와 밥캣 보드워크(Bobcat
Boardwalk), 오터 케이브 해먹 트레일(Otter
Cave Hammock Trail) 같은 짧은 산책로는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기에 딱입니다.
루프 중간에는 약
20m 높이의 전망대(Observation
Tower)가 있습니다.
에버글레이즈 특유의 ‘풀의 강(river
of grass)’ 풍경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곳으로,
사방으로 끝도 없이 펼쳐진 초록과 습지가 주는 스케일감이 압도적입니다.
이곳은 악어(앨리게이터), 왜가리, 백로, 거북이 등 다양한 야생동물을 가까이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도 유명한데,
특히 건기(12월~4월)에 물웅덩이 주변으로 악어들이 몰려들어 관찰하기가 한결 수월합니다.
우린 일정이 빠듯하므로 긴 루프 전체를 도는 대신 가장 짧은 코스인
Bobcat Boardwalk 트레일만 가볍게 걷기로 했습니다.
익숙한 풍경 속 악어들을 다시 만날 생각에 들떠서 보드워크를 걸었는데,
이상하게도 오늘따라 악어가 한 마리도 보이지 않았습니다.
손님맞이 예의가 없는 녀석들… 농담 섞인 푸념을 남기고,
결국 악어들이 득실거린다는 오아시스 비지터 센터(Oasis
Visitor Center)를 향해 차를 돌렸습니다.
악어들의 오아시스,
오아시스 비지터 센터는 빅 사이프러스 국립 보호구역(Big
Cypress National Preserve)에 위치해 있으며,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과 맞닿아 있습니다.
마이애미와 네이플스를 잇는 타미아미 트레일(US-41)을 따라 이동하는 여행자들에게 휴게소 같은 존재입니다.
연중무휴(크리스마스 제외)로 매일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 30분까지 운영되며,
센터 앞 운하를 따라 설치된 보드워크에서 야생 악어를 바로 코앞에서 볼 수 있는 곳으로 유명합니다.
악어뿐 아니라 각종 새,
거북이, 물고기들도 함께 관찰할 수 있어 잠시 들르기만 해도 ‘에버글레이즈에 왔구나’ 하는 실감이 납니다.
센터 내부에는 교육용 전시물과 오리엔테이션 영상이 마련되어 있어 빅 사이프러스와 에버글레이즈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돕습니다.
화장실, 기념품 가게,
무료 주차장 등 편의시설도 잘 갖춰져 있어 잠시 머물다 가기에 좋습니다.
다만 오늘은 정부 셧다운으로 문이 닫혀 있었습니다.
그래도 역시 이름값은 했습니다.
다른 계절에 비해 악어 수가 많은 편은 아니었지만,
큼직한 녀석들이 햇볕을 받으며 체온을 조절하는 모습을 충분히 가까이에서 볼 수 있었습니다.
여기까지 온 김에 남편의 최애 캠핑장,
모뉴먼트 레이크(Monument
Lake) 캠핑장에도 들러 보기로 했습니다.
모뉴먼트 레이크 캠핑장은 에버글레이즈 국립공원이 아니라 빅 사이프러스 국립 보호구역 중심부에 위치한,
소박하고 조용한 캠핑장입니다.
번잡함보다는 고요한 밤,
주변 습지와 야생동물 풍경을 누리고 싶은
RV·텐트 캠핑족들에게 사랑받는 계절 캠핑장입니다.
플로리다 오초피(Ochopee),
Tamiami Trail E 50215에 자리하고 있어 에버글레이즈 시티와 샤크 밸리 등 주변 명소로 이동하기에도 좋습니다.
8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운영하며,
호수를 둘러싼 잔디밭에
RV 사이트 28개를 포함해 총
38개 캠핑 사이트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그늘은 거의 없거나 아주 적은 편이라 시원한 나무 그늘을 기대하면 조금 아쉽지만,
대신 시야가 탁 트여 있습니다.
캠핑장 호수에는 큰 악어가 있기 때문에 수영은 금지입니다.
캠핑장 안팎에서 악어와 열대 조류,
기타 동물을 흔히 볼 수 있고,
특히 모뉴먼트 레이크 주변에서는 악어를 자주 마주치게 됩니다.
주변에는 루프 로드,
터너 리버 로드 같은 경치 좋은 드라이브 코스가 있어 자전거 라이딩으로도 즐길 수 있으며,
터너 리버와 하프웨이 크릭 카누 트레일에서는 카약·카누를 탈 수 있습니다.
가까운 명소로는 미국에서 가장 작은 우체국이 있는 오초피,
클라이드 부처의 빅 사이프러스 갤러리 등이 있습니다.
바쁜 우리는 캠핑장 루프를 차로 한 바퀴 둘러본 뒤 피크닉 테이블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마이애미에서는 손에 꼽을 만큼 귀한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아침에 싸 온 김밥을 꺼내고,
버너로 커피를 끓였습니다.
캠핑 이야기를 나누고,
요즘 새로 장만한 장비를 자랑하고,
서로의 요즘 사는 이야기까지 풀어내다 보니 어느새 한가로운 점심 시간이 훌쩍 지나가 있었습니다.
에버글레이즈 사파리 파크에서 에어보트를 타고, 악어 쇼를 보고, 주변 트레일까지 함께 걷는 일정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쨍하게 꽂히는 바람을 온몸으로 맞으며 광활한 늪을 가르며 달리는 에어보트 특유의 신남과, 머릿속까지 시원하게 뚫리는 해방감은 언제 타도 질리지 않습니다. 이건 언제나, 변함없는 나의 favorite-친구들도 좋아했기를…
여기저기 이동하다 보니 어느덧 하늘이 붉게 물들어 가는 저녁 무렵이 되었습니다. 서둘러 소그래스 밀스(Sawgrass Mills Outlet)로 차를 돌립니다. 마이애미 근교의 대형 아울렛 쇼핑몰을 빼놓고 여행을 마무리할 수는 없으니 말입니다. 다양한 브랜드 상품을 비교적 저렴하게 살 수 있어 쇼핑객들에게 인기가 많지만, 실제로 가 보면 너무 넓고 브랜드도 워낙 다양해서 모든 매장을 둘러보는 건 애초에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이름 아는 곳 위주로 몇 군데만 골라서 돌아다니며 각자 취향대로 선물 몇 가지를 챙겼습니다. 또 빼놓을 수 없는건 트레이더스 조에서 쇼핑하기-할로윈버전 미니 토트백, 과자, 핸드크림 등등을 많이 샀습니다.
저녁은 멕시칸 음식점에서 라스베이거스에서 잭팟을 터뜨린 은경이네가 쐈지만, 사실 따지고 보면 저녁값이 더 많이 나왔다는 건 안 비밀. 쇼핑을 마무리하고 퍼블릭스(Publix)에 들러 패트론(Patron) 한 병을 사서 숙소로 돌아와, 남미의 맛을 한 방울 더했습니다. 수다와 웃음, 피곤함과 술기운이 뒤섞이는 사이 어느새 시계는 밤 11시 반을 가리키고 있었습니다. 오늘도 즐거웠지만 고된 하루. 각자의 방으로 흩어지며, 내일도 좋은 컨디션으로 새로운 풍경을 만날 수 있기를 바라 봅니다. 다들 푹 쉬고, 오늘의 피로는 이 밤에 모두 내려놓기를.
현미가 싼 김밥 너무 맛있었는데~~ 상무형이 애정하는 캠핑장도 너무 예뻤어.
답글삭제에어보트는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듯~~~ 악어~~ 악어떼를 보았다.
재료와 시간이 넉넉했더라면 저 세상 김밥 맛을 보여줄 수 있었는데 아까비...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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