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같으면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수박이나 깨먹을 7월 4일 독립기념일에, 내가 인생 최대의 사고(?)를 하나 치기로 했습니다.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10K 달리기 대회, 피치트리 로드레이스(AJC Peachtree Road Race)에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추수감사절, 남들 다 뛰니까 엉겁결에 나갔던 5K 레이스. 숨은 턱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천근만근, 겨우겨우 완주하며
"다신 안 뛰어"를 외쳤던 내가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게 된 건 순전히 '김언니'의 정보력 덕분이었습니다.
애틀랜타의 자부심이라 불리는 이 대회는 참가 인원만 6만 명에 달해, 등록 자체가 '로또'라 불릴 만큼 치열한 추첨제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김언니가 대단한 팁을 물어왔습니다. '아틀란타 트랙 클럽(ATC)에 가입하면 참가가 100% 보장된다는 사실. 우리는 4월 1일이 되자마자 빛의 속도로 등록을 마쳤고, 얼마 전 드디어 확정 메일을 받았습니다. 기쁨도 잠시,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하나. 잠깐, 나 관절염 환자잖아...? 게다가 7월의 애틀랜타는 찜통인데?
피치트리 로드레이스는 단순히 뛰는 대회가 아니라 애틀랜타의 거대한 축제입니다. 벅헤드의 레녹스 스퀘어에서 출발해 피드몬트 공원까지, 애틀랜타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코스입니다.
- 전반부: 내리막길이 많다고? 할 만한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 후반부: 하지만 방심은 금물!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카디악 힐(Cardiac Hill, 심장 정지 언덕) 구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사가 가파르기로 유명해 숙련된 러너들도 혀를 내두르는 곳입니다.
사실
10km (6.2마일)는 저 같은 초보에게는 에베레스트만큼이나 먼 거리입니다. 하지만 이 대회의 진짜 매력은 기록이 아니라고 합니다. 코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라이브 밴드의 음악, DJ의 비트, 댄스 크루들의 퍼포먼스, 그리고 도로변에서 물을 뿌려주며 응원하는 시민들까지! 그 에너지가 사람을 달리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는
"그 무더위에, 관절도 안 좋은데 왜 사서 고생이냐"고 물을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무리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년에 5K를 겨우 완주했을 때 느꼈던 그 벅찬 성취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목표는 정해졌습니다. 거창한 등수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나의 목표는 부상 없이, 즐겁게, 내 발로 피드몬트 공원까지 들어가는 것입니다. 7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애틀랜타 시민들과 함께 땀 흘리며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그 풍경 속에 제가 서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뜁니다. 앞으로 3개월. 오늘부터 차근차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연습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7월 4일, 피치트리 거리에서 활짝 웃으며 완주 티셔츠를 입고 있을 나를 상상하면서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