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10일 금요일

7월 4일, 애틀랜타가 뜨거워지는 이유: 피치트리 로드레이스 도전기

평소 같으면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수박이나 깨먹을 7 4 독립기념일에, 내가 인생 최대의 사고(?) 하나 치기로 했습니다. 바로 세계 최대 규모의 10K 달리기 대회, 피치트리 로드레이스(AJC Peachtree Road Race) 도전하게 되었습니다.

작년 추수감사절, 남들 뛰니까 엉겁결에 나갔던 5K 레이스. 숨은 끝까지 차오르고 다리는 천근만근, 겨우겨우 완주하며 "다신 뛰어" 외쳤던 내가 다시 운동화 끈을 묶게 순전히 '김언니' 정보력 덕분이었습니다.

애틀랜타의 자부심이라 불리는 대회는 참가 인원만 6 달해, 등록 자체가 '로또' 불릴 만큼 치열한 추첨제로 운영됩니다. 그런데 김언니가 대단한 팁을 물어왔습니다. '아틀란타 트랙 클럽(ATC) 가입하면 참가가 100% 보장된다는 사실. 우리는 4 1일이 되자마자 빛의 속도로 등록을 마쳤고, 얼마 드디어 확정 메일을 받았습니다. 기쁨도 잠시, 문득 머릿속을 스치는 생각 하나. 잠깐, 관절염 환자잖아...? 게다가 7월의 애틀랜타는 찜통인데?

피치트리 로드레이스는 단순히 뛰는 대회가 아니라 애틀랜타의 거대한 축제입니다. 벅헤드의 레녹스 스퀘어에서 출발해 피드몬트 공원까지, 애틀랜타의 심장부를 관통하는 코스입니다.

  • 전반부: 내리막길이 많다고? 만한데...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을 심어줍니다.
  • 후반부: 하지만 방심은 금물! 이름부터 무시무시한 카디악 (Cardiac Hill, 심장 정지 언덕) 구간이 기다리고 있습니다. 경사가 가파르기로 유명해 숙련된 러너들도 혀를 내두르는 곳입니다.

사실 10km (6.2마일) 같은 초보에게는 에베레스트만큼이나 거리입니다. 하지만 대회의 진짜 매력은 기록이 아니라고 합니다. 코스 곳곳에서 울려 퍼지는 라이브 밴드의 음악, DJ 비트, 댄스 크루들의 퍼포먼스, 그리고 도로변에서 물을 뿌려주며 응원하는 시민들까지! 에너지가 사람을 달리게 만든다고 하더라고요.

누군가는 " 무더위에, 관절도 좋은데 사서 고생이냐" 물을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무리수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작년에 5K 겨우 완주했을 느꼈던 벅찬 성취감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이제 목표는 정해졌습니다. 거창한 등수는 바라지도 않습니다. 나의 목표는 부상 없이, 즐겁게, 발로 피드몬트 공원까지 들어가는 입니다. 7월의 뜨거운 태양 아래서 애틀랜타 시민들과 함께 흘리며 독립기념일을 기념하는 풍경 속에 제가 있다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가슴이 뜁니다. 앞으로 3개월. 오늘부터 차근차근, 관절에 무리가 가지 않는 선에서 연습을 시작해보려 합니다. 7 4, 피치트리 거리에서 활짝 웃으며 완주 티셔츠를 입고 있을 나를 상상하면서 말입니다.



2026년 4월 7일 화요일

트로피칼 파크에서의 ‘갓생’ 소풍

Gemini said

부활절 일요일 아침, 창밖을 보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오늘 뛸 수 있을까?’ 잠시 망설여졌지만, 몸이 기억하는 루틴은 무섭습니다. 어김없이 운동복을 챙겨 입고 마이애미 트로피칼 파크(Tropical Park)로 향했습니다. 거짓말처럼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그쳤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풀 내음 사이로 벌써 부지런한 사람들이 명당 벤치에 짐을 풀고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 그리고 부지런함이 반이라는 걸 실감하며 우리도 가볍게 몸을 풀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이애미 러닝크루 멤버들은 공원을 크게 돌아 트랙으로 향했지만, 나는 어제 혼자 무리해서인지 무릎이 조금 뻐근하더라고요.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숏컷을 택해 천천히, 내 몸의 소리에 집중하며 달렸습니다. 트랙에 도착해서는 관중석 계단을 오르내리며 근육을 깨웠습니다. 트랙 두 바퀴를 돌고 나서 감행한 '내 생애 최고 속도' 100m 전력질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 이상무가 한마디 툭 던집니다. "방금 그게 전력 질주였어?" 격려는 못해줄망정 비웃음이라니... 내 언젠가는 당신을 추월하고 말리라 라고 말고 싶었지만, 사실 이번 생엔 틀린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고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소풍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날씨였습니다. 좀 이르긴 했지만, 다들 공복 러닝으로 허기가 진 상태라 서둘러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공원이 온통 밝은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토끼 귀 장식을 한 아이들이었는데요. 여기서 잠깐, 왜 부활절에는 토끼가 등장하는 걸까요?

부활절 토끼(Easter Bunny)의 유래

토끼는 예로부터 번식력이 강해 새 생명과 풍요를 상징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의미와 맞아떨어지면서 부활절의 마스코트가 된 것이죠. 독일의 민설에서 부활절 토끼가 착한 아이들에게 색색의 달걀을 선물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오늘날의 전통이 되었답니다.

옆자리 가족들은 아이들과 함께 풀밭에 숨겨진 계란을 찾는 '에그 헌트(Egg Hunt)' 게임을 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 추억이 몽글몽글 떠올라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남미 분들이 모여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고요. 각자의 방식은 달라도 오늘을 축하하는 마음만은 하나 같았습니다.


엉덩이가 아플 때까지 이어진 수다와 먹부림

먹고 마시고 웃다 보니 어느덧 오후 3시. 아차, 고기 구울 때 깜빡했던 새우가 생각났습니다. 남은 반찬과 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만든 'K-디저트' 볶음밥과 새우구이로 점심 겸 저녁까지 완벽하게 해결했습니다.

벤치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엉덩이가 아파올 정도로 시간이 훌쩍 지났더군요. 저녁 6시가 넘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습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쏟아지는 노곤함에 씻자마자 침대로 다이빙했습니다. 이른 아침의 빗소리부터 오후의 뜨거운 숯불 향기,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꽉 찬 하루를 보내고 나니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만은 풍성한 부활절이었습니다.

 


2026년 4월 6일 월요일

나홀로 러닝

"나갈까, 말까." 토요일 새벽 5 . 눈을 뜨자마자 시작된 고민은 무려 시간이나 이어졌습니다. 6시가 되자마자 9월에 있을 100마일 트레일 러닝 연습을 위해 씩씩하게 집을 나서는 남편 이상무를 배웅하고도 한참을 망설였습니다.

평소 같으면 조금 침대 온기를 즐겼겠지만, 왠지 오늘은 달랐습니다. 세수를 하면 정신이 들까봐 세수도 생략한 선크림만 대충 바르고 집을 나섰습니다. 생전 처음으로, 누군가 시켜서가 아니라 '자발적으로', 그것도 '혼자' 뛰겠다고 마음을 먹은 역사적인 순간이었습니다.

막상 현관문을 열고 운동화 끈을 조여 매니, 신기하게도 몸이 움직이기 시작했습니다. 평소엔 그저 무심히 걷던 길들이 오늘따라 새롭게 다가옵니다. 켄달 드라이브(Kendall Dr)에서 레드 로드(Red Rd), 그리고 올드 커들러 로드(Old Cutler Rd) 이어지는 .

부상을 방지하려고 '15 뛰고, 잠시 쉬고' 반복하며 나만의 페이스를 찾아갔습니다. 104번가까지 달려 우리 아이들이 다녔던 파인크레스트(Pinecrest) 초등학교를 지날 때쯤엔 추억이 스쳤고, 다리 위에서 고요하게 흐르는 아침 캐널(Canal) 바라볼 때는 비로소 나오길 잘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50분쯤 지났을까요? 욕심이 과했는지 무릎 뒤쪽이 당기며 통증이 찾아왔습니다. 예전 같으면 역시 라며 자책했을지도 모르지만, 오늘은 달랐습니다. 쿨하게 뛰기를 멈추고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덕분에 평소엔 보지 못했던 풍경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길가를 한가롭게 거니는 공작새 보조를 맞춰 걷다 사진도 찍어주었고요. 남의 마당에 벌써 열린 망고 열매 보며 , 이제 6, 망고의 계절이 오겠구나 설레기도 했습니다. (사실 더운 마이애미에서 버틸 있는 이유의 8할은 달콤한 망고 때문 아닐까요? ) 마을 한켠에 통나무로 지어지는 자연 친화적인 작은 공원 공사 현장을 보며, 완성된 후의 모습을 상상해보기도 했습니다가장 마음이 따뜻해졌던 순간은 자전거 양쪽 손잡이에 아침 식사를 소중히 걸고 환하게 웃으며 지나가시던 할아버지와 마주쳤을 때입니다. 집에서 기다리고 계실 할머니를 떠올리니 저도 모르게 입가에 미소가 번지더라고요.


집이 가까워질수록 체력은 있는데 무릎이 아파서 뛰는 상황이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이내 생각을 고쳐먹었습니다. 토요일 이른 새벽, 침대의 유혹을 뿌리치고 밖으로 나와 혼자만의 시간을 오롯이 즐긴 자신이 얼마나 대견한지 모릅니다. 남편의 100마일 트레일 레이스도 중요하지만, 오늘 내가 내디딘 첫걸음도 그에 못지않게 값진 기록이니까요.

무릎이 조금 가라앉으면 나가보려 합니다. 다음번엔 망고가 조금 익어있을까요? 



2026년 4월 2일 목요일

루틴은 반복으로 만들어진다

나는 요즘 오전 6시경에 일어나지만 오전 9시까지 하는 일이라곤 핸드폰에서 뉴스를 보며 뒹굴거리다가 샤워한 출근하는 것이 전부입니다. 오늘 아침 유툽에서  “아침은 하루 가장  에너지가  높은 시간이다. 성공한 사람들은 이시간을 운동, 명상, 자기계발로 채운다"는 내용을 보게 되었습니다. 사실 아침 시간이 중요하다는 말은 귀가 따갑도록 들었지만 게으른 나에게는 얘기에 불과했었는데, 오늘 아침 유난히 귀에 꽂힌 이유는 뭘까?  갱년기를 지나며 새벽에 눈이 떠지는데 웬지 자야할 같아 눈을 감고 억지로 누워 있거나 그도 아니면 인터넷의 수많은 정보의 바다를 떠다니며 흘려보내고 있었습니다. 일찍 깨는 새가 하는 없이 온종일 피곤한거야 라고 주장하며 7시까지 억지로 자려고 노력했었는데,  이런 시간이 길어지며 새벽 시간이 그저 손가락 사이로 빠져 나가는 모래처럼 느껴진 것은 아닌가  혹은 무릎은 시리고,잠은 얕아졌고,아침마다 이유 모를 피로가 누적된 늙어가는 나를 그저 놓고 바라보기만 해선 안되겠다는 자책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는 오롯이 나에게 주어진  시간을 평상적인 일과 외에 개인적이고 작은 프로젝트를 추진해 보는 어떨까? 프로젝트라 해도 거창할 것도 없는 30 스트레칭 정도? (무릎 관절염 환자인 나에게는 산더미 같은 일상의 과제들이 밀고 들어오기 전에  작지만 다른 무엇보다 중요하며 거창한 일일지도…).  그래서 벌떡 일어나 유명 유투버의 영상을 틀어 놓고 스트레칭을 30 동안 따라했습니다. 처음 5분은 뻣뻣하게 굳은 몸으로 스트레칭을 하려니 여기저기 쑤시고 아팠지만 이시간을 견뎌내고 나만의 아침 루틴을 만들어 보자고 결심해 봅니다. 루틴이라는 결심으로 만들어지는 아니라반복으로 만들어진다고 합니다.오늘이 번째 반복입니다.



33 Years Together, and a Son’s Gift of a 'Heartwarming Fullness

Our balcony is already at full capacity. This is all "thanks" to my husband, who insists on bringing home bouquets or small pot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