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mini said
부활절 일요일 아침, 창밖을 보니 하늘에 구멍이라도 난 듯 소나기가 쏟아집니다. ‘오늘 뛸 수 있을까?’ 잠시 망설여졌지만, 몸이 기억하는 루틴은 무섭습니다. 어김없이 운동복을 챙겨 입고 마이애미 트로피칼 파크(Tropical Park)로 향했습니다. 거짓말처럼 공원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그쳤습니다. 촉촉하게 젖은 풀 내음 사이로 벌써 부지런한 사람들이 명당 벤치에 짐을 풀고 파티를 준비하는 모습이 보였습니다. 역시 인생은 타이밍, 그리고 부지런함이 반이라는 걸 실감하며 우리도 가볍게 몸을 풀고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이애미 러닝크루 멤버들은 공원을 크게 돌아 트랙으로 향했지만, 나는 어제 혼자 무리해서인지 무릎이 조금 뻐근하더라고요. 무리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숏컷을 택해 천천히, 내 몸의 소리에 집중하며 달렸습니다. 트랙에 도착해서는 관중석 계단을 오르내리며 근육을 깨웠습니다. 트랙 두 바퀴를 돌고 나서 감행한 '내 생애 최고 속도' 100m 전력질주!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르는데, 옆에서 지켜보던 남편 이상무가 한마디 툭 던집니다. "방금 그게 전력 질주였어?" 격려는 못해줄망정 비웃음이라니... 내 언젠가는 당신을 추월하고 말리라 라고 말고 싶었지만, 사실 이번 생엔 틀린 것 같다는 예감이 강하게 들었습니다.
햇살이 부드럽게 내리쬐고 기분 좋은 봄바람이 불어왔습니다. 소풍을 즐기기에 이보다 더 완벽할 수 없는 날씨였습니다. 좀 이르긴 했지만, 다들 공복 러닝으로 허기가 진 상태라 서둘러 고기를 굽기 시작했습니다. 주변을 둘러보니 공원이 온통 밝은 에너지로 가득합니다. 특히 눈에 띄는 건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토끼 귀 장식을 한 아이들이었는데요. 여기서 잠깐, 왜 부활절에는 토끼가 등장하는 걸까요?
부활절 토끼(Easter Bunny)의 유래
토끼는 예로부터 번식력이 강해 새 생명과 풍요를 상징합니다. 겨울이 지나고 만물이 소생하는 봄, 예수의 부활을 축하하는 의미와 맞아떨어지면서 부활절의 마스코트가 된 것이죠. 독일의 민설에서 부활절 토끼가 착한 아이들에게 색색의 달걀을 선물한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면서 오늘날의 전통이 되었답니다.
옆자리 가족들은 아이들과 함께 풀밭에 숨겨진 계란을 찾는 '에그 헌트(Egg Hunt)' 게임을 하며 웃음꽃을 피우고 있었습니다. 그 모습을 보니 우리 아이들 어렸을 적 추억이 몽글몽글 떠올라 한참을 이야기했습니다. 또 다른 쪽에서는 남미 분들이 모여 열정적으로 춤을 추고 있었고요. 각자의 방식은 달라도 오늘을 축하하는 마음만은 하나 같았습니다.
엉덩이가 아플 때까지 이어진 수다와 먹부림
먹고 마시고 웃다 보니 어느덧 오후 3시. 아차, 고기 구울 때 깜빡했던 새우가 생각났습니다. 남은 반찬과 고기를 잘게 썰어 넣고 만든 'K-디저트' 볶음밥과 새우구이로 점심 겸 저녁까지 완벽하게 해결했습니다.
벤치에 앉아 과일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엉덩이가 아파올 정도로 시간이 훌쩍 지났더군요. 저녁 6시가 넘어서야 겨우 몸을 일으켰습니다.집에 돌아오자마자 쏟아지는 노곤함에 씻자마자 침대로 다이빙했습니다. 이른 아침의 빗소리부터 오후의 뜨거운 숯불 향기, 그리고 사람들의 웃음소리까지. 꽉 찬 하루를 보내고 나니 몸은 천근만근이지만 마음만은 풍성한 부활절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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