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25일. 제24회 라이프 타임 마이애미 마라톤 & 하프 (Life Time Miami Marathon & Half)!
개인적으로는 2017년부터 벌써 9번째 함께하는 마라톤입니다. 이번 대회에는 49개 주, 무려 82개국에서 모인 18,000~20,000명의 러너들이 마이애미를 가득 채웠습니다. 비록 저는 도로 위를 달리는 러너는 아니었지만, 마음만은 이미 풀코스를 완주한 것 같은 하루였습니다. 그 생생한 현장을 기록해 봅니다.
잠 못 이루는 서포터의 새벽 (AM 2:30)
"내일 늦으면 안 되는데..." 전날 저녁 8시부터 잠을 청했지만, 소풍 가는 아이처럼 설레는 마음 때문인지 도통 잠이 오지 않더군요. 뒤척이다 결국 새벽 2시 반에 벌떡 일어났습니다. 잠도 깬 김에 비장한 각오로 응원 도구를 정비했습니다. 오늘의 야심작 응원 문구!
"Hurry Up! The Half Marathoners Are Eating All the Food!" (빨리 와! 하프 주자들이 맛있는 거 다 먹어 치우고 있어!)
러너들의 식탐(?)을 자극할 문구를 챙기고, 코스 중간에서 우리 선수들에게 생명수와도 같을 얼음물, 머리가 띵할 정도로 시원한 슬러쉬, 그리고 꿀맛 같은 얼린 포도와 오렌지를 준비했습니다. 접이식 의자까지 바리바리 챙겨 새벽 4시, 집을 나섰습니다.
심장이 뛰는 출발선, Kaseya Center (AM 5:00)
전철을 타고 다운타운을 지나 Kaseya Center 앞에 도착했습니다. 쿵쿵 울리는 신나는 음악 소리, 호스트의 활기찬 멘트, 그리고 출발선에 선 러너들의 긴장감과 기대감... 이 분위기에 취하니 응원 온 저까지 당장이라도 몇 마일은 뛸 수 있을 것 같은 착각이 들 정도였어요. (기분만요! ㅎㅎ)
장애인 선수들, 엘리트 그룹, 그리고 A, B, C 그룹이 차례로 출발하고, 드디어 'Sub 4 (4시간 이내 완주)를 목표로 한 남편이 속한 D그룹이 출발했습니다. 뒤이어 우리 '마이애미 러닝크루' 멤버들이 속한 G, H 그룹까지 떠나보내고 나니 어느새 아침 7시가 다 되었네요.
극한의 18~20마일, "우리가 당신의 페이스메이커입니다"
함께 응원 나온 현 언니와 호텔 로비에서 잠시 숨을 고르고 하프 지점으로 이동했습니다. 와, 첫 주자 출발 2시간 조금 지났는데 벌써 풀코스 1등 선수가 들어오더군요. (나중에 보니 2시간 17분대... 사람 맞나요?) 그때 남편은 이제 막 하프 지점을 돌고 있었는데 말이죠. ^^;
우리는 더 중요한 임무를 위해 이동했습니다. 마라톤의 가장 큰 고비라는 마의 18~20마일 구간! 대중교통도 없는 곳이라 아들을 포섭했습니다. 착한 아들 고마워!
역시 악명 높은 구간다웠습니다. 다리에 쥐가 나서 주저앉는 분, 안타깝게 구급차에 실려 가는 분들... 우리 선수들을 기다리는 동안, 고통스러워하는 다른 러너들에게 진통 스프레이를 뿌려주고 얼음물을 건넸습니다. 국적도 이름도 모르지만, 포기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은 다 같았으니까요.
드디어! 출발 3시간 반 만에 남편이 나타났습니다. "여보 화이팅!!" 머리에 시원하게 얼음물을 부어주고 (복수 아닙니다, 사랑입니다), 슬러쉬를 먹여주며 기를 불어넣었습니다. 그 뒤로 1~2시간 후, 우리 팀원들이 생각보다 훨씬 쌩쌩한 모습으로 지나갔습니다. 다들 정말 대단해요!
영광의 피니시 라인, 그리고 햄버거 파티
선수들을 보내자마자 우리는 다시 짐을 챙겨 피니시 라인으로 향했습니다. 차가 꽉 막혀 아들이 고생 좀 했죠. (군소리 없이 운전해 준 아들, 다시 한번 칭찬해!)
비록 앞서 들어온 두 사람의 골인 장면은 놓쳤지만, 6시간의 긴 레이스를 마치고 들어오는 두 분의 장한 모습은 눈에 담을 수 있었습니다. 부상 없이 묵묵히, 끝까지 완주해 낸 우리 선수들. 목에 걸린 무거운 메달보다 그 땀방울이 더 빛나 보였습니다. 정말 자랑스럽습니다!
에필로그: 무용담은 계속된다
모든 일정이 끝나고 전철역 앞 버거킹에 모였습니다. 허기진 배를 햄버거로 채우며 쏟아내는 오늘의 무용담! "거기서 쥐가 날 뻔했는데..." "얼음물 부어줄 때 정신이 번쩍 들더라!" 등등….
이 무용담은 아마 1년은 가겠죠? (아니, 평생 갈지도 모릅니다 ㅎㅎ) 집으로 돌아가는 길, 다리는 어정어정 절룩거리지만 마음만은 구름 위를 걷는 듯 가벼워 보입니다.
함께 달린 2만 명의 러너분들, 그리고 목이 터져라 응원한 모든 서포터분들. 오늘 하루 정말 고생 많으셨습니다. 모두 푹 쉬시고 회복 잘 하세요! 내년 1월, 우리는 또 그 출발선에서 만날 테니까요.
비용 정보: 이번 응원 일정에는 특별한 입장료가 들지 않았습니다. 다만, 응원 장소 이동을 위해 대중교통(전철 1일 패스 약 $5.65)과 응원 물품(얼음, 음료, 과일 등 약 $30), 그리고 뒤풀이 점심 비용이 들었네요. 마이애미 마라톤 기간에는 호텔비가 평소의 2~3배로 뛰니, 참가하실 분들은 미리미리 예약하는 센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