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1월 19일 월요일

마이애미 마라톤 D-7 : 작전회의

마라톤까지 딱 일주일 남은 일요일 아침, 다행히 생각만큼 춥지는 않습니다. 게이트를 막 빠져나와 교차로에서 신호를 기다리는데, 남편이 갑자기 “러닝 조끼 안 가져왔네…” 합니다. 요즘 남편에게 물은 생명수이자 치료제와도 같은데, 얼마 전 요로결석을 발견한 뒤로 수분 보충이 최우선 과제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결국 조금 늦더라도 다시 집으로 되돌아가 조끼를 챙겨 오기로 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트로피컬 팍에 도착해 두 시간 정도 몸을 풀 듯 운동을 하고는 공원 벤치에 앉아  서늘한 바람과  한껏 느긋해진 마음으로 브런치 타임을 즐겼습니다. 마이애미 러너들이 즐겨 찾는 이 공원은 사방팔방으로 난 산책로와 트랙 덕분에 주말마다 운동하기에 딱 좋은 곳입니다. 그러다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더 오래 있고 싶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서둘러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

저녁에는 ‘먹방’이 이어졌습니다. 김 언니네가 Good Chef 에서 일본 라멘을 쏘았는데, 진한 국물과 뜨끈한 면발이 운동으로 허기진 몸을 순식간에 달래주었습니다. 마이애미의 숨은 맛집으로 꼽히는 작은 라멘집답게 국물 한 숟가락에 괜히 고개를 끄덕이게 되는 그런 맛이라고…난 치킨 덮밥을 먹었는데 단짠단짠의 익숙한 일본음식 맛.  현언니네가 산 후식은 파네라에서,  미국 여기저기서 만날 수 있는 베이커리 카페 체인이지만 마라톤 일주일 전 저녁에 마시는 커피 한 잔은 왠지 특별한 ‘대회 공식 회의 커피’ 같은 느낌이었습니다.

커피를 앞에 두고 본격적인 작전 회의가 시작됐습니다. 마라톤 당일 어떤 페이스로 갈 것인지, 에너지 젤은 언제부터 먹기 시작할지, 18마일 이후 체력 안배는 어떻게 할지 등등, 마치 국가대표 미팅이라도 연 듯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그러다 지난번 마라톤 얘기가 나왔습니다. 20마일 쯤 어느 집 앞을 지나는데, 어떤 분이 시원한 물과 콜라를 나눠주셨다고 합니다. 목마른 와중에 물은 머리에 시원하게 끼얹고, 콜라는 한 모금 꿀꺽 마셨더니 기운이 갑자기 솟구쳤다며, 그 때 그 집 앞이 지금도 잊히지 않을 정도로 고마웠다는 이야기에 모두 다 함께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에이드 스테이션에서 물로 머리에 끼얹을 때는 꼭 게토레이와 구분을 잘 해야 한다는 ‘실전 팁’도 나왔습니다. 동성님이  “이미 한 번 당해봤다”고 고백하면서 모두가 폭소를 터뜨렸습니다. 정신없이 뛰다가 컵 색깔이 살짝 다르긴 한데 뭐 어때, 하고 그대로 머리에 부었더니, 끈적하고 달달한 액체가 흘러내리더라는 것입니다. 어쩐지 그날 레이스 사진에 동성님 얼굴이 반짝이더라니….

바람은 점점 거세지고 날씨는 쌀쌀해졌지만, 마이애미 러닝크루 팀원들과 나눈 이야기와 웃음 덕분에 마음만은 더없이 따뜻해진 하루였습니다. 덕분에 하루 종일 밥 걱정은 내려놓고, 몸은 운동으로 개운하고, 마음은 사람들 덕분에 든든한, 마라톤 D-7의 완벽한 휴일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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