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24일 토요일 아침
10시 반,
마이애미 마라톤 엑스포에 참가하기 위해 마나 윈우드(Mana
Wynwood) 앞에서 우리 팀
6명이 하나둘씩 모였습니다.
4명의 러너와
2명의 서포터,
그리고 이만여명의 참가들까지 모인 엑스포는 긴장과 설렘이 교차하는 마라톤 축제 전야의 현장이었습니다.
엑스포는 2026년부터 무료 셔틀까지 운행하는 덕분에,
먼 곳에서 오는 러너들도 훨씬 편하게 올 수 있게 됐다고 합니다.
첫 번째 미션은 역시 배번 수령.
VIP, 트로피컬 5K, 일반 참가자 구역이 색깔별로 딱딱 나뉘어 있어,
표지판만 잘 따라가면 어렵지 않게 내 번호를 찾을 수 있습니다.
우리 팀의 배번/코랄 결과는 코랄
D: 1명 (기록갱신 목표 욕구 강한 편),
코랄 G: 2명 (적당히 즐기면서,
목표 기록은 살짝 욕심),
코랄 H: 1명 (완주가 목표,
그래도 사진은 포기 못 함)
.배번에는 타이밍 칩,
짐 보관 태그,
비상 연락처란까지 모두 포함돼 있고,
수령 후에는 티셔츠 존으로 이동해 공식 러닝
T-shirt와 투명 보관 가방,
안전핀까지 한 번에 받습니다.
배번을 손에 넣었으니,
이제 진짜 즐길 시간.
엑스포 홀 안에는 최신 러닝화,
기능성 의류,
보충제, 마사지 기기,
웨어러블 기기까지 “러닝에 돈 쓸 이유”를 정교하게 준비해 놓은 부스들이 끝도 없이 이어집니다.
“이 신발만 신으면
5분은 단축될 것 같은” 러닝화,
“이 젤만 먹으면
30km 이후가 두렵지 않은” 에너지 젤,
“이 마사지 건 하나면 레이스 끝나고도 바로 춤출 수 있을 것 같은” 회복 기기 등등.
물론 공짜 샘플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에너지 바,
스포츠 음료,
리커버리 드링크를 하나둘 맛보다 보면,
어느새 손에는 기념품 가방이 묵직해져 있습니다.
사진 존에서는
#인스타그래머블 포즈를 연습하며,
내일 결승선에서 지을 미소도 미리 리허설해 봅니다.
마나 윈우드는 단순한 전시장 건물이 아니라,
윈우드 한복판에 자리 잡은 거대한 캔버스 같은 공간입니다.
건물 벽면과 주변 거리는 이미 하나의 야외 갤러리라,
엑스포를 나와 잠깐만 걸어도 대형 그래피티와 벽화들이 시야를 가득 채웁니다.
윈우드 월즈(Wynwood
Walls) 근처까지 이어지는 벽화들,
감각적인 갤러리,
힙한 카페와 바,
브루어리까지. 마라톤 엑스포에 왔다가,
자연스럽게 세계적인 예술 지구 한 복판을 산책하게 되는 셈입니다.
러닝복 차림으로 예술 작품 앞에서 포즈를 잡고 있는 사람들을 보면,
“아, 이 도시 분위기 참 마이애미답다”라는 생각이 절로 듭니다.
엑스포를 한 바퀴 돌고, 샘플도 먹고, 사진도 찍고, 기념품도 챙기다 보니 슬슬 허기가 밀려옵니다. 우리가 선택한 곳은 마이애미에서 이미 입소문 난 피자집, 캐졸라(Casola’s). 거대한 24인치 피자를 테이블에 올려두니, 그 순간만큼은 내일 레이스 페이스보다 “오늘 피자 페이스”가 더 중요해 보입니다. 마늘빵까지 곁들여 제대로 탄수화물 로딩을 하고 나니, 몸도 든든, 마음도 든든. “이 정도면 내일 1km쯤은 피자 에너지로 뛸 수 있겠지?”라는 자신감 반, 체중계 걱정 반이 스쳐 지나갔지만, D-1 날만큼은 그냥 러너에게 면죄부가 주어진 날이니까.
집으로 돌아오는 길, 손에는 배번과 티셔츠, 머릿속에는 코스 지도와 예상 페이스, 그리고 윈우드의 화려한 벽화들이 뒤섞여 있었습니다. 내일은 새벽 3시쯤 일어나야 하니 일찍 샤워를 마치고 잠자리에 듭니다. 잠이 쉽게 오진 않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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