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언니의 캐나다 여행으로 멤버들이 모두 모이지 못해 생긴 허전함 때문이었을까. 우리는 약속이라도 한 듯 가까운 트로피칼 파크에 모였습니다. 눈부시게 좋은 날씨에 걷기만 하면 너무 아까울 것 같아서, 오늘은 기꺼이 달려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다 함께 시작된 호숫가 달리기는 이내 남편을 필두로 한 남자들이 선두 그룹을 형성하고, 현언니와 내가 그 뒤를 따르는 자연스러운 대열을 만들었습니다.
불과 0.1마일을 지났을 뿐인데, 두껍게 껴입은 옷 사이로 땀이 비 오듯 쏟아지기 시작했습니다. '아, 그냥 걸을까?' 포기하고 싶은 마음이 고개를 들 때쯤, 살랑이며 불어오는 봄바람이 구원처럼 젖은 이마를 식혀주며 무거워진 발걸음을 다시 일으켜 세웠습니다.
호수를 지나 트랙에 들어서자, 이미 많은 사람들이 자신만의 속도와 호흡으로 달리고 있었습니다. 저 역시 그 건강한 흐름에 몸을 실었습니다. 무릎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천천히, 하지만 멈추지 않겠다는 다짐으로 한 발 한 발 내디뎠습니다. 지면 위에 길게 늘어진 내 그림자는 유일한 동반자였습니다. 때로는 나란히 함께 뛰어주고, 때로는 훌쩍 앞서나가며 저를 이끌다가도, 어느새 뒤처져 저를 묵묵히 기다려주기도 했습니다. 그 순간, 달리기는 타인과의 경주가 아닌, 온전히 '나 자신'과의 싸움이라는 사실을 다시 한번 깨달았습니다.
러닝은 긴 호흡으로 자신의 한계를 시험하고 끊임없이 자신과 싸워나가는 운동입니다. 자신의 체력을 현명하게 안배하여 본인의 페이스를 지키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죠. 문득 우리네 인생과 참 닮았다는 생각이 스쳤습니다. 타인과 비교하며 조급해하기보다는, 나에게 집중하고 나의 상태를 살피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것. 그리고 어제보다 조금이라도 나아지고 있다는 사실을 매일 눈으로 확인하는 것이야말로, 이 힘든 달리기를 계속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아닐까요? 오늘의 내 그림자와 보폭을 맞추며 1.5마일을 완주한 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히 값진 승리를 거두었습니다. 올해 목표로 세운 10km 달성도 이런 마음가짐이라면 결코 불가능한 꿈은 아닐 것입니다.
운동을 마친 후, 쉘터 벤치에 앉아 함께 나눈 브런치는 세상 그 어떤 성찬보다 훌륭했습니다. 뜨끈한 신라면 국물부터 쫀득한 꿀떡, 바삭한 감자칩과 팝콘, 그리고 상큼한 오렌지까지. 소박하지만 풍성한 음식들 사이로 유쾌한 수다가 맛있는 반찬처럼 곁들여졌습니다. 외계인의 존재 여부, 19:1의 성비로 살아가는 거북이들이 있다는 어느 섬 이야기, 마이애미의 도마뱀 이야기, 그리고 오늘 같은 날씨가 1년의 절반만 되어도 마이애미는 천국일 것이라는 찬사까지. 지난 일주일의 소소한 삶을 나누는 그 시간 속에서 몸의 피로는 눈 녹듯 사라졌습니다.
하지만 평화로운 아침 뒤에는 어김없이 엄혹한 현실이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장을 보러 들른 코스트코에서 우리는 다시 한번 가파르게 치솟는 물가를 실감했습니다. 매주 야채와 과일을 사러 오는데 꼭 필요한 것만 골라 담아도 어느새 100달러를 훌쩍 넘겨버리는 영수증 앞에서 서민의 삶이 결코 녹록지 않음을 느낍니다. 세일 품목조차 귀해진 요즘,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오르는 물가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럼에도 이 팍팍한 일상 속에서 코스트코 핫도그와 피자 한 조각이 주는 위안은 차마 포기할 수 없는 소중한 행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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