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내리는 일요일 아침, 그래도 약속이 있으니 힘겹게 이불을 걷어내고 양치만 후다닥 마친 채, 파인크레스트 도서관 앞으로 향했습니다. 도서관 앞에는 이미 마이애미 러닝크루 팀원들이 모두 모여 준비운동을 하고 있네요. 비 오는 날에도 늘 에너지가 넘치는 사람들! 도서관 옆에는 테라스 카페가 있고, 길 건너편에는 이름도 예쁜 파인크레스트 가든(Pinecrest Gardens) 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반얀나무와 조각상, 구불구불한 개울과 폭포가 어우러져 마치 숨은 정원에 들어온 듯한 기분을 주는 곳이죠. 결혼식 장소로도 인기 많고, 페어차일드 열대식물원과도 인연이 깊은 유명한 마이애미의 자연 명소입니다. 비가 추적추적 내리지만, 도서관 마당은 주말 파머스마켓 준비로 북적였어요. 사람들은 우산을 폈다 접었다 하며 과일과 빵 박스를 나르고, 커피 향이 은근히 바람에 섞여 퍼집니다. 내년 1월에 있을 마이애미 풀마라톤을 목표로 훈련 중인 팀원들은 캐널을 건너 해먹 팍(Hammock Park)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무릎이 불편한 나는 우산을 들고 천천히 걷기로 했습니다. 고요한 캐널 위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윤기 흐르는 나무 잎, 그리고 빗속에서도 리듬을 잃지 않고 달리는 사람들… 그 평화로운 풍경 속에 걷다 보니 어느새 1시간이 훌쩍 지나 있더군요.
길이 엇갈릴까 봐 Matheson Hammock Park & Marina 근처에서 되돌아왔습니다. 이곳은 코랄 게이블스(Coral Gables)에 위치한 해변 공원으로, 바다와 이어진 인공 원형 수영장이 특히 유명합니다. 아이들이 놀기 안전하고, 카약과 패들 보트도 대여할 수 있죠. 피크닉 테이블, 바비큐 구역까지 갖춰져 있어 가족 단위 방문객에게 인기가 많아요. 비가 잠시 그쳤을 무렵, 어디에 숨어 있었는지 마이애미의 ‘유명인사’ 모기들이 등장했습니다. 뛰어야 하나 고민하는 순간, 이미 여기저기 물린 후였습니다. 결국 또 한참을 걸어서 도서관 앞으로 돌아오니 팀원들이 빗물에 흠뻑 젖은 채로 웃고 있네요. 정말 대단한 사람들입니다.
오늘의 피날레는 김언니네가 쏘는 브런치 타임! 모두 젖은 운동복 차림으로 크래커 배럴(Cracker Barrel) 로
이동했습니다. 비가 그치고 따뜻한 햇살이 창가로 스며들며 젖은 옷을 말려주고, 맛있는 커피 향에 웃음이 돌아옵니다.
담백한 아침 메뉴, 달근한 팬케이크, 그리고 마라톤 이야기. 비 오는 날의 시작이 이렇게 포근하게 마무리되다니— 참 알찬 일요일이었네요.
Thank you, 김언니 & my Miami running cr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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