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4월 21일 화요일

다이어트 잔혹사: 죽으라 뛰고 제육볶음에 무너짐

현 언니네 가족이 포르투갈의 낯선 공기에 발을 내디뎠을 즈음, 마이애미의 우리 팀은 평소와 다름없이 트로피칼 파크(Tropical Park)에 모였습니다. 본격적인 여름이 오려는지 공기가 제법 묵직합니다. 준비 운동을 마치고 발을 내딛은 지 5분. 벌써 이마엔 땀방울이 송골송골 맺히고 등 줄기가 뜨거워집니다. 하지만 멈출 수는 없죠. 오늘은 28분간의 멈춤 없는 질주를 했습니다. 숨이 턱 끝까지 차오를 때 느껴지는 그 살아있음이란! 그리고나선 걷다가 뛰다가 평소 돌던 트랙에 도착했는데, 오늘은 꼬마 손님들이 주인공입니다. 풋볼 경기를 한다고 트랙이 폐쇄되는 바람에 아쉬운 대로 계단 오르내리기를 하고 공원을 크게 한 바퀴 걷기로 했습니다.

아직 오전 9시도 안 된 시각. 우리가 제일 좋아하는 나무 밑 벤치에 앉아 시원한 물과 커피로 열을 식히고 있는데, 저 멀리서 안절부절못하는 부자가 눈에 들어왔습니다. 아빠와 아들이 날리던 모형 비행기가 하필이면 나무 꼭대기에 착륙해버린 거죠. 그때였습니다. 남편 이상무와 김 언니네 남편분이 약속이라도 한 듯 일어섰습니다. 그리고 동심 회복 대작전에 들어갔고, 어디선가 구해온 긴 장대와 거침없는 나무 타기 실력을 뽐내며, 나무에 매달려 비행기를 구출해내는 못 말리는 아저씨들의 뒷모습을 보며 한바탕 크게 웃었습니다. 그 아이에게 오늘 두 아저씨는 아마 마이애미의 어벤져스였을 겁니다.



웃음 끝에 찾아온 허기를 달래줄 시간. 새벽부터 서둘러 볶아온 야채 볶음밥과 뜨끈한 쌀국수가 식탁에 올랐습니다. 바람 솔솔 부는 나무 그늘 아래서 마시는 차 한 잔, 그리고 후식으로 까먹는 귤과 스낵. 이보다 더 완벽한 일요일 오전이 있을까요?

집으로 돌아와서는 남편과 팔을 걷어붙이고 대청소를 했습니다. 구석구석 먼지를 털어내고 화분에도 시원하게 물을 주니 집안에도 생기가 돕니다. 일요일의 대미는 남편 이상무의 주특기, 제육볶음이 장식했습니다. 입안이 얼얼할 정도로 매콤한 고기를 상추에 싸 먹고, 남은 양념에 밥까지 볶아 야무지게 마무리했습니다.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멈출 수 없는 숟가락질... 세상 모든 음식이 왜 이렇게 맛있는 걸까요? "아침에 그렇게 죽어라 뛰고는, 저녁에 배가 터질 때까지 먹다니, 잠시 자책감이 밀려와 멈칫했지만, 곧 남편과 눈을 맞추며 웃어버렸습니다. 맛있게 먹으면 0칼로리라는 인류 최대의 명언을 방패 삼아 슬쩍 죄책감을 내려놓아 봅니다.


몸은 고단해도 마음은 꽉 찬 하루. 마이애미의 뜨거운 태양만큼이나 열정적이고, 부드러운 바람만큼이나 평화로웠던 우리의 일요일이 이렇게 저물어갑니다.

 

댓글 없음:

댓글 쓰기

33 Years Together, and a Son’s Gift of a 'Heartwarming Fullness

Our balcony is already at full capacity. This is all "thanks" to my husband, who insists on bringing home bouquets or small pot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