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머타임 (Daylight Saving Time) 시작으로 한시간 일찍 일어나려니, 몸무게는 2배가 된 것 같고 눈꺼풀은 천근만근인 느낌, 그래도 새벽에 일어나 바나나 하나 까먹고 커피를 수혈하며 정신을 차려 봅니다. 남편의 에스코트를 받아 도착한 곳은 우리의 성지, 비스타 뷰 파크(Vista View Park) ! 남편은 쿨하게 나를 내려주고 일터로 떠났고, 나는 이제 고독한 (사실은 치열한) 질주를 시작합니다. 늘 그렇지만 첨엔 모두 비슷하게 출발하는데 남자들이 바람처럼 날아가고 그리고 현언니(왕언니): 저 멀리 1등으로 날아가심 (언니... 진짜 사람이세요?), 김언니: 현언니 뒤 50m 지점에서 여유롭게 순항 중, 그리고 나: 약 300m 뒤에서 "헉..헉.. 살려줘.." 무한 반복 중. 이거 원래 나이 역순으로 달려야 맞는 거 아닌가요? 역시 매일 운동하는 '갓생' 언니들의 체력은 타고난 유전자보다 무서운 법입니다.
날은 덥지만 가끔 불어오는 마이애미의 바람이 땀을 식혀줄 때쯤, 언덕 (우리에겐 산이죠) 꼭대기에서 예쁜 보랏빛 나팔꽃을 만났습니다. 아침 햇살을 머금은 꽃이 너무 예뻐서 잠시 넋을 놓고 바라보다가 풀린 운동화 끈을 묶으려고 고개를 푹 숙였는데, 지나가던 러너분이 소리를 지르시는 거예요. "잠깐, 지금 얼굴이 터질 것처럼 빨개요. 그 상태로 고개 숙이면 뇌혈관이 위험해요. 발을 높은 곳에 올리고 묶으세요" 세상에, 저는 제 얼굴이 그렇게 잘 익은 토마토인 줄 몰랐습니다. 친절한 러너분 덕분에 마이애미에서 뇌섹녀(?) 대신 건강한 러너로 살아남았습니다.
세 번째로 언덕을 오르며 '그만 뛸까...' 수백 번 고민할 때쯤, 눈앞에 보라색 셔츠를 입은 한 팀이 나타났습니다. 셔츠엔 Nirvana (소멸)라는 단어가 적혀 있었습니다. 장애인 두 분이 포함된 그 팀이 누구보다 힘차게 언덕을 뛰어 올라가는 모습을 보는데, 갑자기 제 고민이 부끄러워졌습니다. '번뇌가 사라진 상태'라는 뜻처럼 저도 잡생각을 버리고 그분들과 함께 사진도 찍고 에너지를 나눠 가졌습니다. 덕분에 심기일전해서 반 바퀴 더 성공!
오늘따라 날씨가 너무 좋아서 쉘터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였지만, 운 좋게 빈 자리를 잡아 5마일 (8km) 완주? 기념 브런치를 즐겼습니다. 입으로는 맛있는 음식을, 귀로는 끊임없는 수다를 떨다 보니 어느새 점심시간이 훌쩍 지났네요. 1시간 앞당겨 사는 건 너무나 고되지만, 마이애미의 바람과 꽃, 그리고 멋진 동료들이 있다면 내일도 (일단은) 뛰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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