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늘어가는 주름을 고민하는 요즘 제 알고리즘은 귀신같이 내 마음을 읽었는지 인스타랑 너튜브에 '주름 싹 펴주는 천기누설 비법' 영상만 주구장창 띄워주더라고요. 그 중에 눈을 사로잡은 비장의 무기가 있었으니... 바로 커피 알로에 라이스 페이퍼 팩이었습니다.
영상 속 전문가 님 왈:
"커피의 항산화 성분과 알로에의 수분이 만나면 노화 방지, 탄력, 미백까지 한 번에 잡습니다! 게다가 커피 가루로 각질 제거까지!"
이 말을 듣고 어떻게 안 할 수가 있겠어요? 당장 부엌으로 달려갔습니다.
인스턴트 커피와 알로에 젤을 쉐킷쉐킷 섞습니다. (색깔이 좀... 누리끼리한 게 묘하지만 피부에 좋다니까 참습니다.)
라이스 페이퍼를 물에 살짝 적셔서 얼굴에 척! 붙입니다.
그 위에 커피 알로에 믹스물을 정성스럽게 발라줍니다.
솔직히 거울 속 제 모습이 좀 웃기긴 했지만, 마음속으로 주문을 외워봅니다. "젊어져라... 팽팽해져라... 내일 아침엔 20대 피부로 깨어나라..."
팩을 붙이고 거실 소파에 앉아 TV를 보고 있었어요. 얼굴이 땡겨오는 게 왠지 리프팅이 되는 느낌이라 기분이 좋았죠. 그때, 아들이 슥 다가와 옆에 앉더라고요. 제 얼굴을 빤히 보더니 심각한 표정으로 묻습니다.
"엄마, 그거 무슨 팩이야?"
"응~ 이거 라이스 페이퍼 팩이라는 거야. 요즘 유행이래."
그러자 아들이 고개를 갸웃거리며 결정적인 한 마디를 날렸습니다.
"라이스 페이퍼? 얼굴에 땅콩소스도 발랐어?"
"푸하하하하학!!!!"
아들의 '땅콩소스' 드립에 그만 빵 터지고 말았습니다. 너무 격하게 웃는 바람에... 겨우 펴보려던 주름이 웃음과 함께 자글자글 더 깊게 패이고 말았습니다. 라이스 페이퍼는 쭈글쭈글해지고, 제 눈가 주름은 더 선명해지고... 정말 오랜만에 맘 먹고 한 홈케어였는데, 거대한 웃음만 남기고 장렬하게 망했습니다. 그래도 뭐, 한바탕 크게 웃었으니 정신 건강은 좋아졌겠죠? 다음엔 아들 몰래 방문 잠그고 해야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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