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날답게, 알람에 쫓기던 전날들과 달리 천천히 눈을 뜨고, 뉴욕의 공기를 한 번 깊게 들이마신 뒤 여유 있게 브런치를 든든히 먹고 Top View 버스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뉴욕의 하늘은 우리의 계획에 별 관심이 없나 봅니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며 2층 오픈 버스를 거의 워터파크로 만들어버립니다. 사진 속 스카이라인이 아니라, 실제로는 바람과 비를 맞으며 후드 뒤집어쓰고 덜덜 떨고 있는 우리 모습이 더 웃겼습니다. 그래도 비에 젖은 맨해튼의 거리에는 또 나름의 분위기가 있어서, “이게 진짜 뉴욕 로컬 체험이지 뭐”라며 서로서로 위로합니다.
투어버스 중간에 내려서 뉴욕 증권 거래소를 비롯한 다양한 금융 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월스트리트를 방문했습니다. 이 지역은 금융의 중심지를 의미하는 대명사처럼 쓰이며, 식민지 시대 네덜란드인들이 만든 성벽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1987년 대폭락 이후 격려 차원에서 설치된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 동상이 유명한 랜드마크입니다. 주식으로 대박나기를 기원하며 몇몇 친구들은 황소를 만지며 기를 받았답니다. 9.11 테러 이후 재건축된 뉴욕 맨해튼의 대규모 복합 단지가 된 뉴욕 세계무역센터 (World Trade Center)도 잠깐 둘러 본 후 이번엔 페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이동합니다. 멀리서 초록빛 실루엣이 보이긴 보였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거… 살짝 사기 당한 느낌인데? 라는 속마음이 피어올랐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멀리, 훨씬 작게 보이는 그녀를 위해 우리가 치른 값은, 강바람+비바람 콜라보와 거의 얼어죽을 뻔한 추위였습니다. 멀뚱히 서 있는 자유의 여신상보다, 덜덜 떨며 사진 찍는 우리 모습이 더 비장했습니다.
체온이 한참 내려간 몸을 이끌고 우버를 타고 다시 타임스퀘어로 복귀. 저녁 메뉴는 따뜻한 국물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선택한 감미옥. 한 숟갈 떠먹자마자 모두 동시에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게… 무슨 맛이지?” 미묘한 침묵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맛에 대한 평가는 잠시 미뤄두고 “그래, 오늘은 이 온기로 만족하자”라고 암묵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배를 어느 정도 채운 뒤, 마지막 쇼핑을 위해 트레이더 조로 이동. 이러다 짐 무게 또 넘는 거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장바구니는 선물이며 과자등으로 점점 무거워집니다. 그런데 그 와중에, 맨해튼 한복판에서 누군가 어깨를 밀치는 바람에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져버렸습니다. 순간 너무 놀라고 열이 받아서 누가 밀쳤는지 보려고 했으나 무슨 일이 있었냐는 표정으로 쌩 지나가버리는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양쪽 무릎은 순식간에 까이고 붓고 멍까지 올라오며,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몸으로 증명해버렸습니다.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길,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뉴욕의 밤이 유난히 빨리 멀어져 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파스 붙이고 맥주를 들이켜며, 그래도 이 정도면 사건사고 풀 패키지 여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맥주 한 캔, 두 캔이 비워질수록, 웃음 속에 녹아드는 추억들도 점점 많아집니다. 사기당한 기분이던 페리, 폭우 속 버스, 애매한 한식, 맨해튼에서의 굴욕적인 넘어진 사건까지도, 다 함께 떠들다 보니 결국 그래도 재밌었다라는 한마디로 정리됐습니다. 내일은 아침 7시 반, 공항 셔틀을 타고 JFK로 향할 예정입니다. 친구들은 다시 한국으로, 나는 마이애미로, 금주는 뉴저지로. 같은 여행을 끝내고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 질 순간이, 이번 여정의 진짜 마지막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짧고도 길었던 여행, 온갖 변수와 웃픈 에피소드로 가득 찼던 이 여정은 그렇게 뉴욕의 빗방울과 함께 조용히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분명한 건 하나, 언젠가 맥주 한 캔을 들고 다시 모이면, 오늘의 이 마지막 날은 또 한 번 웃으며 재생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뉴욕은 추워~~~
답글삭제우비 입고 투어버스 탄 모습~
즐거운 추억으로.
미국 여행의 마지막 날 날씨가 도와주지 않았지만 🌧☂️☔️그래도 좋아.
함께 한 친구들이 있어서.
마지마까지 신경써 준 친구야 진심으로 고마워. 힘들었을텐데~
이 은혜를 어떻게 갚을지 모르겠어. 한국 오면 보자고. 꼭!!!❤️🧡🩷
뉴욕에서 정말 너무 추웠어 ㄷㄷ, 그래도 친구들 덕에 아직 살아있는 거 같음 ㅎㅎ
답글삭제한국 가야지~~~some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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