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일어나서 샌드위치 만들고 간단한 스낵을 준비하고, 어제 산 미키 마우스 머리띠와 티셔츠를 입고-십년 쯤 어려 보인다는 착각을 하며 디즈니로 출발합니다. 디즈니로 향하는 길, 창밖으로 햇살이 슬슬 세지기 시작합니다. 매직 킹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사람의 파도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셔틀에서 내려 모노레일로 갈아타고, 이어서 페리까지 환승하는 이 대장정이 오늘의 첫 번째 어트랙션 같았습니다. 우리들은 Epcot의 둥근 구조물을 발견하고 하이텐션으로 달려가 인증 샷을 찍었습니다. 드디어 티켓팅. 금액을 보는 순간 모두 동시에 외칩니다. “1인 194불? 이거 실화야?” 티켓 가격만으로도 롤러코스터 한 번 타고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은 끝도 없이 몰려들고, 햇빛은 마치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레이저 같았습니다. 사진만 보면 햇살 덕분에 다들 피부 톤이 3톤은 밝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약간 탈진 직전의 좀비 상태였다는 건 안 비밀. 입장 후 2시간쯤 지나자, 표정에서 이미 영혼은 로그아웃. 그늘진 나무 밑 그늘을 발견하는 순간, 마치 오아시스를 찾은 사막 여행자처럼 달려가 자리를 깔았습니다. 디즈니 거지가 따로 없네 라면서도, 아침에 부지런히 만들어 온 샌드위치를 꺼내 한 입 베어 무는 순간, 이 맛이면 194불 어느 정도 이해해 줄 수 있다는 농담이 절로 나왔습니다. 바람 한 줄기와 나무 그늘, 시원한 물 한 모금, 샌드위치 한 조각이 그렇게 감사할 줄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점심으로 체력을 약간 회복하고 다시 투어 재개. 거창한 롤러코스터 대신 오늘의 첫 어트랙션은 바로 ‘찻잔’ 회전 놀이기구였습니다. 돌고 도는 찻잔 위에서 우리들은 웃음이 터져 나왔고, 잠깐의 빙글빙글 덕분에 우리도 동심 반 스릴 반으로 기분이 조금 리셋됐습니다. 오후 2시, 드디어 하이라이트 퍼레이드 시간. 음악이 울려 퍼지고, 디즈니 캐릭터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자 근처에 있던 꼬마들은 단체로 정신줄을 놓아버립니다. 미키와 미니, 공주들이 지나갈 때마다 작은 손들이 하늘로 솟구치고, 여기저기서 비명인지 환호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그 옆에서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그늘이 1cm라도 더 있는 자리를 찾아 조금씩 옆으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 퍼레이드가 끝나고 다시 놀이기구 두 개를 더 탔습니다. 한 번 탈 때마다 “이게 마지막이다”를 외치지만, 또 줄에 서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되는 게 디즈니의 마법인 듯합니다. 오후의 태양은 여전히 살벌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진을 찍어도 표정이 기계적으로 굳어버립니다. 그래도 성을 배경으로 한 장, 캐릭터 인형이 살짝 걸친 한 장을 건질 때마다 “이 정도면 오늘 입장료 반은 건졌다”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저녁이 가까워질 즈음, 지친 발을 질질 끌며 향한 곳은 쌀국수 집. 뜨끈한 국물 한 숟갈에 온몸의 전해질과 정신이 동시에 돌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국물까지 싹 비우고 나니, 그제야 하루가 천천히 마무리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숙소로 돌아와서 열흘 동안의 지출과 오늘의 티켓값, 식비를 중간 정산해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이래 봬도 우리 중에 석·박사가 있다”는 말 한마디에 모두 빵 터졌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정산을 맞춘 사람은 학사였다는 현실적인 사실 ! 숫자에 약한 사람도, 놀이기구에 약한 사람도, 결국 디즈니 앞에서는 평등하게 지친다는 결론.
밤
1시, 결국 모두 침대에 떡실신.
누워서 사진을 훑어보니,
태양이 우리를 갈아 넣어 만든 듯한 표정과 땀,
그리고 그 와중에 환하게 웃는 순간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습니다.
짧고도 길었던 하루,
지갑은 가벼워졌고 다리는 풀렸지만,
다시는 안(못) 와 라고 말해놓고 또 언젠가 예약창을 열어볼 것 같은 그런 매직 킹덤의 하루였습니다.
눈오는 ☃️추운 겨울날에 이글을 읽으니~ 아 이런 일들이 있었지.
답글삭제꿈 같았던 더운 여름날의 추억 한 페이지~~~🏖 일찍 나와 피터팬이 날아다닌다는 야간 퍼레이드를 못 봐서 아쉬운 마음 가득 했지만.그럼에도 불구하고 즐겁고 행복했어. 😊🥰
한국은 춥구나~꽁꽁 싸매고 다녀 ㅎ. 그러게 야간 퍼레이드 못보고 불꽃놀이도 못보고 아쉽아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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