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4일 목요일

아쉬움-Day15: Bye

아침 7시. 마지막까지 분주했던 뉴욕의 숙소에서 짐을 챙겨 공항 셔틀에 올랐습니다. 마이애미에서는 결코 없는 하얀 첫눈이 뉴욕 거리에 사락사락 내려앉고 있었고, 그제야 , 정말 떠나는구나하는 실감이 살짝 밀려왔습니다JFK 국제선 터미널에 도착하자, 우리는 던킨도너츠로 향했습니다. 커피와 도넛을 들고 나란히 앉아, 1986년의 벤치 샷을 떠올리며 사진을 찍었습니다. “진짜 Bye!” 외치며 손을 흔들고 돌아서는데, 눈물이 찔끔 고입니다. 한국으로 돌아가는 친구들은 대한항공 카운터로, 금주는 뉴저지행 비행기를 타러, 그리고 나는 마이애미행 국내선으로각자 발길을 돌렸습니다


국내선으로 갈아타려면 AirTrain 타고 이동해 TSA 보안검색도 다시 통과해야 합니다. 길게 이어진 게이트 통로를 끝없이 걸어가다가 셔틀버스를 타게 되었는데, 안에 승객이 혼자인 깨닫는 순간, 피식 웃음이 납니다. ‘지금 맨몸으로 뉴욕에서 납치되는 아니겠지?’ 황당한 상상이 잠깐 스쳐 지나갔습니다국내선 터미널에 도착하고 나니, 이제 비행기 탑승까지 시간 정도 남았습니다. 공항 실내임에도 차가운 바람이 어딘가 새어 들어오는 듯해, 대합실 한켠에서 어깨를 웅크린 시간을 보냅니다마이애미에 도착했을 이미 저녁 시간이 되어 있었습니다. 머릿속에는 이제 따뜻한 햇살 아래에서 마이애미를 찐으로 즐겨야지하는 기대가 한가득이었는데, 오늘따라 흐린 하늘과 싸늘한 공기였습니다. 뉴욕에서 잔뜩 얼어붙었던 몸은 좀처럼 풀릴 기미가 없습니다. 결국 계획했던 산책이나 나들이는 모두 포기하고, 집에 도착하자마자 전기매트를 깔고 위에 몸을 뻗었습니다따뜻한 열기가 등부터 서서히 스며들자, 그제야 긴장이 풀리며 눈꺼풀이 무겁게 내려앉습니다. ‘조금만 누워 있다가 일어나야지라고 생각한 것도 잠시, 눈을 떠보니 12시간이 훌쩍 지나 있었습니다. 그렇게 마지막 날의 밤과 다음 날의 아침까지 통째로 건너뛴 , 짧고도 길었던 여행은 2025년의 한자락을 채운 조용히 끝이 났습니다.

뉴욕의 눈과 마이애미의 시원한 공기, 공항 셔틀과 던킨도너츠, 그리고 유쾌하게 헤어진 나의 오랜 친구들까지모든 장면이 전기매트 위에서 하나의 꿈처럼 이어지고 있었습니다. 친구가 정성껏 만들어 보내준 릴스를 보며 밀려오는 아쉬움을 달래고, 즐겁고 행복했던 날들을 회상하며 여행을 마무리합니다.







2025년 12월 3일 수요일

설렘-Day14: 뉴욕 뉴욕

마지막 날답게, 알람에 쫓기던 전날들과 달리 천천히 눈을 뜨고, 뉴욕의 공기를 깊게 들이마신 여유 있게 브런치를 든든히 먹고 Top View 버스 투어를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뉴욕의 하늘은 우리의 계획에 관심이 없나 봅니다. 버스에 올라타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비가 억수같이 쏟아지며 2 오픈 버스를 거의 워터파크로 만들어버립니다. 사진 스카이라인이 아니라, 실제로는 바람과 비를 맞으며 후드 뒤집어쓰고 덜덜 떨고 있는 우리 모습이 웃겼습니다. 그래도 비에 젖은 맨해튼의 거리에는 나름의 분위기가 있어서, “이게 진짜 뉴욕 로컬 체험이지 라며 서로서로 위로합니다


투어버스 중간에 내려서 뉴욕 증권 거래소 비롯한 다양한 금융 기관들이 밀집해 있는 월스트리트를 방문했습니다. 지역은 금융의 중심지 의미하는 대명사처럼 쓰이며, 식민지 시대 네덜란드인들이 만든 성벽에서 유래한 이름입니다. 1987 대폭락 이후 격려 차원에서 설치된 '돌진하는 황소(Charging Bull)' 동상이 유명한 랜드마크입니다. 주식으로 대박나기를 기원하며 몇몇 친구들은 황소를 만지며 기를 받았답니다. 9.11 테러 이후 재건축된 뉴욕 맨해튼의 대규모 복합 단지가 된 뉴욕 세계무역센터 (World Trade Center)도 잠깐 둘러 본 후 이번엔 페리를 타고 자유의 여신상을 보러 이동합니다. 멀리서 초록빛 실루엣이 보이긴 보였는데,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거살짝 사기 당한 느낌인데? 라는 속마음이 피어올랐습니다. 생각보다 훨씬 멀리, 훨씬 작게 보이는 그녀를 위해 우리가 치른 값은, 강바람+비바람 콜라보와 거의 얼어죽을 뻔한 추위였습니다. 멀뚱히 있는 자유의 여신상보다, 덜덜 떨며 사진 찍는 우리 모습이 비장했습니다.

체온이 한참 내려간 몸을 이끌고 우버를 타고 다시 타임스퀘어로 복귀. 저녁 메뉴는 따뜻한 국물이 간절한 마음을 담아 선택한 감미옥. 숟갈 떠먹자마자 모두 동시에 같은 표정을 지었습니다. “이게무슨 맛이지?” 미묘한 침묵이 흘렀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뜨끈한 국물이 목을 타고 내려가자, 맛에 대한 평가는 잠시 미뤄두고그래, 오늘은 온기로 만족하자라고 암묵적으로 합의했습니다. 배를 어느 정도 채운 , 마지막 쇼핑을 위해 트레이더 조로 이동. 이러다 무게 넘는 아닌가 걱정하면서도 장바구니는 선물이며 과자등으로  점점 무거워집니다. 그런데 와중에, 맨해튼 한복판에서 누군가 어깨를 밀치는 바람에 그대로 중심을 잃고 넘어져버렸습니다순간 너무 놀라고 열이 받아서 누가 밀쳤는지 보려고 했으나 무슨 일이 있었냐는 표정으로 지나가버리는 사람들 뿐이었습니다. 양쪽 무릎은 순식간에 까이고 붓고 멍까지 올라오며, 오늘 하루의 고단함을 몸으로 증명해버렸습니다.

 우버를 타고 숙소로 돌아오는 , 창밖으로 스쳐 지나가는 뉴욕의 밤이 유난히 빨리 멀어져 가는 것처럼 느껴집니다. 숙소에 도착해서는 파스 붙이고 맥주를 들이켜며, 그래도 정도면 사건사고 패키지 여행이라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맥주 , 캔이 비워질수록, 웃음 속에 녹아드는 추억들도 점점 많아집니다. 사기당한 기분이던 페리, 폭우 버스, 애매한 한식, 맨해튼에서의 굴욕적인 넘어진 사건까지도, 함께 떠들다 보니 결국 그래도 재밌었다라는 한마디로 정리됐습니다내일은  아침 7 , 공항 셔틀을 타고 JFK 향할 예정입니다. 친구들은 다시 한국으로, 나는 마이애미로, 금주는 뉴저지로. 같은 여행을 끝내고도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흩어 순간이, 이번 여정의 진짜 마지막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짧고도 길었던 여행, 온갖 변수와 웃픈 에피소드로 가득 찼던 여정은 그렇게 뉴욕의 빗방울과 함께 조용히 막을 내립니다. 하지만 분명한 하나, 언젠가 맥주 캔을 들고  다시 모이면, 오늘의 마지막 날은 웃으며 재생될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33 Years Together, and a Son’s Gift of a 'Heartwarming Fullness

Our balcony is already at full capacity. This is all "thanks" to my husband, who insists on bringing home bouquets or small pot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