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2월 3일 수요일

설렘-Day13 : 뉴욕 입성기

아직 밤이 가시지 않은 올랜도의 공기를 가르며 5시에 숙소를 나섰고, 상무형과는 아쉬운 인사를 뒤로한 공항으로 향했습니다. 여행의 끝자락은 언제나 그렇듯, 감성이 아니라 사건 사고로 기억에 남습니다. 공항에 도착해 오늘은 순조롭겠지라고 생각하며 키오스크 앞에 섰지만, 기계는 우리 편이 아니었습니다. 듣는 키오스크 때문에 결국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는데, 직원이 잘못 알려주는 바람에 bag tag 중복 발급되는 기상천외한 상황이 펼쳐졌습니다. 5 가방 2개는 무게 초과까지 떠서, 출국 새벽 운동처럼 바닥에서 바리바리 짐을 다시 나눠 담는 진풍경을 찍었습니다. 우여곡절 끝에 겨우 체크인 완료, 그나마 탑승은 제때 시작이라며 안도의 한숨을 쉬는 순간, 이번엔 정부 셧다운 여파로 이륙이 1시간 지연이라는 방송이 떴습니다. 뉴욕 라과디아 공항에 도착하면 11시에 셔틀이 우릴 기다리고 있을 텐데, 뛰어야 하나라는 불길한 예감이 기내 공기보다 무겁게 깔렸습니다. 비행기는 아직 뜨지도 않았는데, 우리 머릿속에서는 이미 타임어택 레이스가 시작됐습니다. 이륙 기내에서 음료와 쿠키를 나눠줬는데, 평소 같으면 그냥 넘겼을 따뜻한 차가 유난히 맛있게 느껴져 모금  모금 천천히 음미하다가 너무 심취했던 걸까, 뜨거운 차를 그대로 바지와 소영이 바지 위에 쏟아버렸습니다. 뉴욕에 내리면 엄청 추울텐데, 소영아 미안이거 그냥 찻물이 아니라, 오줌도 많이 오줌이다라는 자폭 멘트가 나오는 순간, 상현이는 한술 떠서 끝날 때까지 끝난 아니라며 웃습니다. 진짜, 이런 사고는 이제 그만.

뉴욕에 도착해서는, 다른 변수 등장. 뉴욕에서 만나기로 했던 금주는 감감무소식. 우리는 일단 예정대로 공항 셔틀을 타고 맨해튼으로 향했습니다. 도시 불빛 사이로 들어오는 뉴욕의 첫인상은, 피곤함을 잠깐 잊게 만들 만큼 화려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짐만 급히 맡기고, 곧장도시 탐험 + 베이글 먹기미션을 수행하러 나섰습니다. 베이글 마켓에서 베이글을 베어 물자, 이게 뉴욕 베이글이구나하는 감탄하는 사이 금주가 나타났습니다. 드디어 완전체다! 하고 본격적인 투어를 시작하려는 찰나, 하늘이 심술을 부립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이내 우산을 포기하고 싶을 정도로 세차게 내리기 시작했습니다. 우리는 서둘러 근처의 홀푸드로 뛰어 들어가 비부터 피하고, 쇼핑몰 한가운데서 다음 동선을 짜는 긴급 회의를 열었습니다결국 맞으면서 가보자!” 결론을 내리고, 우산에 의지한 하이라인으로 향했습니다. 하이라인 맨해튼 서쪽에 위치한버려진 고가 철도를 재생하여 만든 독특한 공중 공원입니다. 도시 재생의 성공적인 사례로 꼽히며, 뉴욕의 새로운 명소로 자리 잡았습니다맨해튼 미트패킹 디스트릭트(Gansevoort Street)에서 시작하여 허드슨 야드(Hudson Yards) 34번가까지 2.3km 길이로 이어집니다.  지상 7.5m 높이에 조성되어 있어, 맨해튼 시내와 허드슨강의 경치를 공중에서 조망하며 산책할 있습니다. 다양한 식물과 예술 작품이 설치되어 있어 걷는 재미를 더합니다. 젖은 철제 길을 따라 걷다 보니, 뉴욕의 회색 도시가 오히려 분위기 있게 느껴집니다. 이어 첼시 마켓으로 이동해 젖은 신발을 끌며 맥주 잔을 들이키는 순간, 하루 피로가 거품과 함께 조금은 사라지는 듯했습니다. 첼시 마켓(Chelsea Market) 과거 오레오 쿠키 공장을 개조한 실내형 식료품 소매 시장으로, 다양한 먹거리와 독특한 분위기로 유명한 관광 명소입니다. 하이라인 파크(High Line Park) 가까워 함께 방문하기 좋은 코스입니다


저녁은 미들 이스트 음식으로 든든하게 채우고, 다시 브루클린 브릿지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습니다. 브루클린 브릿지(Brooklyn Bridge) 뉴욕의 대표적인 랜드마크 하나로맨해튼과 브루클린을 연결하는 유서 깊은 현수교입니다. 1883 개통 당시 세계에서 가장 현수교였으며, 19세기 기계 공학의 중요한 업적으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석조 아치와 강철 케이블을 사용한 케이블 지지 현수교로, 상층부에는 보행자와 자전거 전용 도로가 있고 하층부에는 차량 통행로가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한 일정은 결국 반란을 일으켰습니다. 브루클린 브릿지 투어 도중, 우리 일행 중에서 환자 2명이 발생하는 비상사태가 펼쳐졌습니다. 관광객들 사이를 비집고 다니며 다리 위를 걷던 우리도 어느 순간부터는 야경보다 발바닥 통증에 집중하고 있었습니다. 아픈 사람들은 끝까지 타임스퀘어를 향해 야경 투어를 이어갔지만, 나머지는 과감히 호텔행을 선택했습니다. 호텔에 도착해서 뜨거운 샤워로 뉴욕의 비와 피로를 씻어낸 , 본격적인 수다 타임이 시작됐습니다. 공항 키오스크 고장, 셧다운, 뜨거운 , 노쇼, 폭우, 환자 발생. 이렇게만 써놓으면 재난 영화인데, 안에서 서로를 보며 웃고 떠들다 보니, 이상하게 모든 우여곡절이 여행의 하이라이트처럼 느껴졌습니다. 11 9, 사고와 변수 투성이었던 하루는, 그래서 오래 기억에 남을 뉴욕 입성기였습니다.

설렘 - Day12 : 디즈니 생존기

아침에 일어나서 샌드위치 만들고 간단한 스낵을 준비하고, 어제 미키 마우스 머리띠와 티셔츠를 입고-십년 쯤 어려 보인다는 착각을 하며 디즈니로 출발합니다디즈니로 향하는 , 창밖으로 햇살이 슬슬 세지기 시작합니다. 매직 킹덤 입구에 도착하자마자 사람의 파도가 눈앞에 펼쳐졌습니다. 셔틀에서 내려 모노레일로 갈아타고, 이어서 페리까지 환승하는 대장정이  오늘의 번째 어트랙션 같았습니다. 우리들은 Epcot 둥근 구조물을 발견하고 하이텐션으로 달려가 인증 샷을 찍었습니다드디어 티켓팅. 금액을 보는 순간 모두 동시에 외칩니다. “1 194? 이거 실화야?” 티켓 가격만으로도 롤러코스터 타고 나온 느낌이었습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은 끝도 없이 몰려들고, 햇빛은 마치 피부를 뚫고 들어오는 레이저 같았습니다. 사진만 보면 햇살 덕분에 다들 피부 톤이 3톤은 밝아 보이는데, 실제로는 약간 탈진 직전의 좀비 상태였다는 비밀입장 2시간쯤 지나자, 표정에서 이미 영혼은 로그아웃. 그늘진 나무 그늘을 발견하는 순간, 마치 오아시스를 찾은 사막 여행자처럼 달려가 자리를 깔았습니다. 디즈니 거지가 따로 없네 라면서도, 아침에 부지런히 만들어 샌드위치를 꺼내 베어 무는 순간, 맛이면 194 어느 정도 이해해 있다는 농담이 절로 나왔습니다. 바람 줄기와 나무 그늘, 시원한 모금, 샌드위치 조각이 그렇게 감사할 줄은 그때 처음? 알았습니다.


점심으로 체력을 약간 회복하고 다시 투어 재개. 거창한 롤러코스터 대신 오늘의 어트랙션은 바로찻잔’ 회전 놀이기구였습니다. 돌고 도는 찻잔 위에서 우리들은 웃음이 터져 나왔고, 잠깐의 빙글빙글 덕분에 우리도 동심 스릴 반으로 기분이 조금 리셋됐습니다오후 2, 드디어 하이라이트 퍼레이드 시간. 음악이 울려 퍼지고, 디즈니 캐릭터들이 하나 둘씩 등장하자 근처에 있던 꼬마들은 단체로 정신줄을 놓아버립니다. 미키와 미니, 공주들이 지나갈 때마다 작은 손들이 하늘로 솟구치고, 여기저기서 비명인지 환호인지 모를 소리가 터져 나옵니다. 옆에서 우리는 땀을 뻘뻘 흘리며 그늘이 1cm라도 있는 자리를 찾아 조금씩 옆으로 옮겨가고 있었습니다퍼레이드가 끝나고 다시 놀이기구 개를 탔습니다. 때마다이게 마지막이다”를 외치지만, 줄에 있는 우리를 발견하게 되는 디즈니의 마법인 듯합니다. 오후의 태양은 여전히 살벌했고, 어느 순간부터는 사진을 찍어도 표정이 기계적으로 굳어버립니다. 그래도 성을 배경으로 , 캐릭터 인형이 살짝 걸친 장을 건질 때마다 정도면 오늘 입장료 반은 건졌다”며 스스로를 위로합니다. 

저녁이 가까워질 즈음, 지친 발을 질질 끌며 향한 곳은 쌀국수 . 뜨끈한 국물 숟갈에 온몸의 전해질과 정신이 동시에 돌아오는 느낌이었습니다. 국물까지 비우고 나니, 그제야 하루가 천천히 마무리되는 기분이 들었습니다숙소로 돌아와서 열흘 동안의 지출과 오늘의 티켓값, 식비를 중간 정산해 보니 머리가 지끈거렸지만, “이래 봬도 우리 중에 석·박사가 있다”는 한마디에 모두 터졌습니다. 그러나 마지막 정산을 맞춘 사람은 학사였다는 현실적인 사실 ! 숫자에 약한 사람도, 놀이기구에 약한 사람도, 결국 디즈니 앞에서는 평등하게 지친다는 결론. 

1, 결국 모두 침대에 떡실신. 누워서 사진을 훑어보니, 태양이 우리를 갈아 넣어 만든 듯한 표정과 , 그리고 와중에 환하게 웃는 순간들이 뒤죽박죽 섞여 있었습니다. 짧고도 길었던 하루, 지갑은 가벼워졌고 다리는 풀렸지만, 다시는 안(못) 와 라고 말해놓고 언젠가 예약창을 열어볼 같은 그런 매직 킹덤의 하루였습니다.

33 Years Together, and a Son’s Gift of a 'Heartwarming Fullness

Our balcony is already at full capacity. This is all "thanks" to my husband, who insists on bringing home bouquets or small pot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