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arly Runners에 조인하고 드디어 첫 트레이닝에 참여하는 날! 새벽부터 김언니네와 함께 올레타 리버 파크(Oleta River Park)로 기분 좋게 출발했습니다. 그런데 하이웨이를 타자마자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하더니 빗줄기가 점점 굵어집니다. 결국 왓츠앱으로 띠링- 하고 날아온 공지. '비가 너무 많이 오고 천둥번개까지 쳐서, 안전을 위해 오늘 모임은 취소합니다.'
이미 북쪽으로 3분의 2나 올라온 상황이라 이대로 돌아가긴 너무 아쉬웠습니다. 근처 크리스피 크림 도넛에 들러 오랜만에 도넛이 만들어지는 과정을 멍하니 구경하며, 갓 나온 따끈따끈한 도넛에 커피를 곁들이니 비 오는 날의 운치가 제법입니다. 내친김에 어제 '펠리칸 런'을 했던, 그리고 김언니의 특별한 추억이 깃든 할오버 파크(Haulover Park)까지 쭈욱 둘러보고 집으로 향하는 길.
"우리 키웨스트 7마일 브릿지 가서 뛸까?"
남편 이상무의 폭탄 발언. 갑자기, 여기서 3시간은 족히 가야 하는데… 하며 속으로 머뭇거리는데, "다른 의견 없으면 가는 걸로 알겠습니다" 하더니 시원하게 액셀을 밟아버립니다. 그렇게 우리의 행선지는 순식간에 남쪽 끝으로 바뀌었습니다.
키(Keys)로 내려가는 길, 이슬라 모라다(Islamorada)의 로비스(Robbie's)에 들렀습니다. 길이가 1미터는 족히 넘는 거대한 타폰들에게 먹이를 주는데, 어디선가 날아온 펠리칸이 얄밉게 물고기를 채가기도 합니다. 게다가 귀엽게 생긴 너스 샤크(수염상어)들까지 몰려와 '춥춥' 소리를 내며 물고기를 받아 먹습니다. 붙임성 좋은 상어들이 타폰과 어울려 먹이를 먹는 모습이라니, 참 신기하고 귀여운 광경이었습니다.
더운 날 우리의 필수 의식이 돼버린 달콤한 망고 하드를 하나씩 입에 물고 올드 7마일 브릿지 아래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탁 트인 바다를 바라보며 먹는 컵라면과 달달한 믹스 커피 한 잔! 세상 부러울 것 없는 완벽한 소풍입니다.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이제 진짜 뛰러 갈 시간. 7마일 브릿지 위로 올라섭니다. 바닥에 0.1마일마다 거리 표시가 되어 있어 달리는 재미가 쏠쏠했습니다. 비가 온 덕분에 가끔 트램이 다니는 것 외엔 다리 위에 아무도 없었고, 우리는 그 길을 전세 낸 듯 자유롭게 달렸습니다. 끊어진 다리 끝자락에 있는 조그만 마을 (입장료가 있다기에 대충 눈으로만 담았다)을 찍고 돌아오는 왕복 4마일의 코스.
그런데 돌아오는 길, 다시 천둥번개가 치고 비가 세차게 내리기 시작합니다. 귓속으로 빗물이 들어갈 정도였지만, 비 덕분에 오히려 속도가 팍팍 붙었습니다. 그야말로 아드레날린이 폭발하는 '우중 런'이었습니다. 신발은 빗물에 젖어 철퍽거렸고, 모자와 셔츠, 바지 할 것 없이 빗물이 줄줄 흘러내립니다.
차에 도착했지만 도저히 그대로 탈 수 없는 몰골이라, 다시 다리 밑으로 가 옷의 물기를 쫙쫙 짜내며 뜨거운 커피 한 잔으로 언 몸을 녹이면서 비가 그치기를 기다렸습니다. 빗방울이 떨어지는 바다는 수평선마저 지워져 보이지 않았습니다.
비가 잦아든 후, 화장실에 가려고 7마일 브릿지 지나 왼편에 있는 베테란스 메모리얼(Veterans Memorial) 무료 비치에 들렀습니다. 아담하고 평화로운 그곳에서 신기하게 생긴 붉은어깨블랙버드(빨간 날개 검은 새)도 만났습니다. 신기방기!
드디어 찐으로 집으로 돌아가는 길. 저녁을 먹기 위해 크래커 배럴(Cracker Barrel)에 들어갔습니다. 비에 쫄딱 젖은 상태로 에어컨 빵빵한 실내에 들어가니, 몸이 사시나무 떨리듯 후들거립니다. 뜨거운 물을 들이켜고 따뜻한 음식을 뱃속에 넣고 나서야 겨우 진정이 되었습니다. 저녁은 김언니네가 쿨하게 한턱 쏘시고!
집에 도착하니 밤 9시. 씻고 젖은 옷들 빨래까지 다 돌리고 나니 밤 11시. 그대로 침대에 쓰러져 기절. 계획대로 된 건 하나도 없었지만, 그래서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다이내믹하고 완벽했던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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