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아침 7시. 도시는 아직 깊은 잠에서 깨어나기 전이고, 공기는 유난히 투명합니다. 우리는 동네 도서관 앞에서 만나 운동화 끈을 묶었습니다. 우리의 러닝 코스는 언제나 조금 비현실적입니다. 그들만의 세상에서 사는 것 같은, 너무 예쁘고 잘 가꿔진 동네를 지나고 페어차일드 가든을 돌아 해먹 파크까지. 누군가는 공원 지나가는 길이 이렇게 엽서 속 풍경 같아도 되냐고 묻겠지만, 마이애미에서는 그게 일상입니다.
오늘 날씨는 정말… 말 그대로 환상이었습니다. 구름은 적당히 하늘을 가려주고, 햇볕은 부드러웠고, 바람은 시원했습니다. 덥지도 춥지도 않은 완벽한 균형. 이런 날은, 사실 뛰지 않아도 이미 성공한 하루입니다. 4마일을 기분좋게 채우고 바닷가 앞 벤치에 앉았습니다. 너트바 하나를 나눠 먹고, 물을 마시며 숨을 고르다가—발밑을 보니 수수하고 작은 들꽃들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누가 돌보지 않아도 제자리를 지키며 피어난 꽃들. 우리는 러닝 후의 성취감보다 그 작은 생명들의 끈기 어린 아름다움을 더 오래 칭찬했습니다. 땀을 한껏 흘린 뒤 바닷바람을 그대로 맞으니… 너무 추웠습니다. 4월 중순에… 마이애미에서… 웬일입니까? 결국 우리는 일어나 돌아가기로 했습니다.
공원 주차장 쪽으로 나오는데, 사람들이 여기저기 모여 웅성거리고 있었고, 손에는 쓰레기 봉지와 집게가 들려 있었습니다. 누군가에게 물어보니 “Biscayne Bay
Cleanup Day라고 합니다.
Biscayne Bay Cleanup Day는 플로리다 마이애미 데이드 카운티(Miami-Dade County)에서 매년 봄 열리는 대규모 환경 정화 행사입니다. 1982년부터 시작된 이 행사는 카운티 환경부서인 DERM(Department of
Environmental Resources Management)가 주관하고, Baynanza라는 이름으로 진행됩니다. 슬로건은 “Do the Shore
Thing”. 단순히 쓰레기를 줍는 하루가 아니라, Biscayne Bay 전역의 해안, 섬, 습지에서 지역 주민들이 직접 해양 환경을 지키는 행사입니다. 그동안 이 행사로 제거된 쓰레기의 양은 200만 파운드, 엄청난
양입니다.
우리는 그 자리에서 바로 참가 등록을 했습니다. 쓰레기 봉지를 하나 받아 들고 (장갑과 집게는 각자 준비해 와야 한다고 합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쓰레기를 줍기 시작했습니다. 뛰는 건… 포기합니다. 쓰레기를 줍자고 마음먹고 바라보니, 보이지 않던 것들이 갑자기 너무 잘 보이기 시작합니다. 담배꽁초, 종이 조각, 플라스틱 뚜껑, 알 수 없는 포장지들. 도로 주변엔 그렇게 많은 자질구레한 쓰레기들이 숨어 있었습니다. 공원 입구까지 꼼꼼하게 하나씩 줍고 나서야 차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우리는 아주 자연스럽게, 선셋 베이커리로 향했습니다. 큐반 샌드위치에, 카페 콘 레체 한 잔. 이보다 더 완벽한 토요일의 보상이 또 있을까요?
오후에는 현 언니네와 함께 테슬라 매장을 찾아 사이버트럭 시승을 했습니다. 솔직히 첫인상은 투박하고 거대한 외양이 제 취향과는 조금 거리가 멀었지만 (남편의 눈빛은 좀 달라 보였지만요), 내부에 앉으니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의외로 아늑하고 널찍한 실내는 확실히 '미래에서 온 거실'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특히 소문으로만 듣던 FSD (Full Self-Driving)는... 정말이지 사람보다 운전을 더 차분하게 잘하더라고요.
오전에는 내 두 다리로 흙을 밟으며 뛰었고, 오후에는 최첨단 기술에 몸을 맡긴 채 다시 해먹 파크를 지났습니다.
걷고,
줍고, 달리고, 타고. 자연의 수수한 들꽃과 기술의 정점인 사이버트럭 사이를 바쁘게 오간 하루. 몸은 조금 고단하지만, 그 어느 때보다 다채로운 색깔로 채워진 마이애미의 토요일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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