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6시, 밖은 아직
어둠이 깔려 있습니다. 일기예보에는 하루 종일 비 소식이 가득하지만, 우리 '마이애미 러닝크루' 팀원들의 열정은 그 비를 뚫고도
남을 정도였습니다. 오늘은 마이애미 러닝크루의 성지, 트로피칼 파크(Tropical
Park)에서의 특별한 우중 러닝 기록을 남겨봅니다.
비가 오기 직전의 그 눅눅하지만 시원한 공기속에서 간단한 준비운동으로 몸을 깨우고 가볍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다행히 아직 하늘은 구멍이 뚫리기 직전의 고요함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잘 뛰는 선두 그룹이 치고 나가고, 나도 나만의 페이스로 천천히 발을 내디뎠습니다. 그런데 오늘 웬일일까요! 무려 풀마라톤을 두 번이나 완주한 베테랑 김언니와 발을 맞추게 된 겁니다. 무려 20분이나 쉬지 않고 뛰었습니다. "와, 나 이제 실력이 좀 늘었나 봐! 대박!" 속으로 자화자찬을 하며 어깨가 으쓱해지려던 찰나... 김언니의 한마디에 현실을 깨달았습니다. 언니는 요즘 '포어풋(앞꿈치 착지)' 자세로 교정 중이라 속도를 내지 않고 있었던 거였습니다 (ㅎㅎ). 그래도 괜찮습니다. 덕분에 인생 최고의 20분을 달렸으니까요. 공원을 크게 돌아 트랙으로 들어서자 드디어 빗방울이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두 팔을 벌리고 비를 맞으며 뛰는 기분, 이건 해본 사람만 아는 러너스 하이!
약 3마일(4.8km)을 뛰었을 때쯤, 공원은 노란색 티셔츠를 입은 사람들로 가득 찼습니다. 바로 'MLE's 15th Annual Walk With Me & 5K' 참가자들이었는데요.
[MLE : Miami Lighthouse for the Blind]
- 설립 및 역사: 1931년에 설립되어 마이애미 지역에서 시각 장애인 및 저시력자들을 위한 교육, 재활, 직업 훈련 등을 제공하는 권위 있는 기관입니다.
- 주요 역할: 단순히 시각 장애인을 돕는 것을 넘어, 그들이 독립적인 삶을 영위할 수 있도록 보행 훈련(Cane travel), 점자 교육, 기술 활용법 등을 가르칩니다.
- Walk With Me & 5K 행사: 매년 열리는 이 행사는 시각 장애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높이고, 단체의 운영 기금을 마련하기 위한 중요한 축제입니다. 노란 티셔츠는 이들의 희망과 에너지를 상징하는 컬러라고 볼 수 있죠.
- 이 행사의 이름이 Walk With Me (나와 함께 걸어요)인 이유는 시각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어우러져 걷고 뛰며 서로의 보조자가 되어준다는 의미가 담겨 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와중에도 그토록 활기찬 분위기가 유지되었던 건, 아마도 이런 따뜻한 취지에 공감하며 모인 긍정적인 에너지 덕분이 아니었을까 싶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빈 쉘터를 찾아 앉으니 (요즘은 날이 너무 좋아 쉘터 예약이 꽉차서 일찌감치 나무 그늘 벤치에 앉곤 했었습니다), 빗줄기가 거세지고 땀은 식어 몸이 덜덜 떨리기 시작했습니다. 마이애미에서 3월에 추위라니, 믿어지시나요? 현언니의 크로와상과 감자 샐러드, 그리고 뜨거운 커피 ! 차에서 꺼내온 점퍼와 타월을 뒤집어쓰고 빗소리를 들으며 먹는 브런치는 그 어떤 5성급 호텔 조식보다 훌륭했습니다. 다들 집에 갈 생각은 1도 없나요? 추위에 떨면서도 비 오는 일요일 오전이 너무 재밌다며 웃음꽃을 피우는 우리 팀원들, 정말 못 말리는 러닝 중독자들입니다.
[미니 팁: 우중 러닝 후 관리법]
체온 유지: 달릴 땐 시원해도 멈추면 바로 체온이 떨어집니다.
차에 항상 여분의 마른 수건과 바람막이를 챙겨두세요.
따뜻한 음료: 커피나 차 한 잔은 근육의 긴장을 풀고 감기를 예방해
줍니다.
신발 관리: 젖은 러닝화는 신문지를 넣어 그늘에서 말려야 변형이 없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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